박성백, '올림픽서 홀로 서야 하는 사나이'
OSEN 기자
발행 2008.07.05 08: 26

“지금까지는 든든한 동료들과 달려왔어요. 그런데 올림픽에서는 홀로 달려야 하네요. 쉽지 않은 도전 같아요. 그래도 마지노선은 있어요. 바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14명의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최소한 1등을 하는 거에요”. 지난 4일 막을 내린 ‘투르 드 코리아-재팬 2008’를 끝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준비에 전념하게 된 ‘도로의 에이스’ 박성백(23, 서울시청)이 남긴 각오다. 자신이 개인 종합 우승을 거뒀던 대회에서 기대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에 의기소침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그의 얼굴은 밝았다. 박성백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며 이름을 알린 선수. 여기에 ‘투르 드 코리아 2007’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 우승으로 한국 도로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박성백이 이 대회 9구간 중 5개 구간에서 우승하면서 얻은 포인트에 힘입어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개인도로에 20년 만에 출전을 하게 됐다. 박성백이 대표로 출전함은 당연지사. 그렇다고 박성백이 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된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대한사이클연맹은 박성백이 따낸 올림픽출전권이 ‘개인이 아닌 국가에 부여한 자격’이라고 해석해 투르 드 코리아-재팬 2008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여기에 박성백은 대회를 한 달 앞두고 무릎 부상을 당하며 올림픽 출전 위기에 처했다. 인터뷰서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동안의 아픔을 풀어냈다. “장경인대라고 말하면 잘 모르실 거에요. 허벅지에서 무릎으로 이어지는 근육인데 거기에 염증이 생기더라고요. 한 달 동안 운동은 못하지 대회 날짜는 다가오지 정말 답답했어요. 투르 드 코리아-재팬 2008에 제 생애 첫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얼굴을 찡그리며 한 달 전을 회상하던 박성백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떠오른 것은 대회를 며칠 앞두고 내린 연맹의 결정 때문이었다. 연맹은 “올림픽출전권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성백의 기여와 기량을 인정한다”며 박성백을 대표로 선발했다. 만약 연맹의 결정이 아니었다면 올림픽에는 박성백이 아닌 다른 선수가 출전할 수도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 중 전체 1위는 박성백이 아닌 팀 동료 공효석(22, 서울시청)이었다. 그러나 박성백은 베이징올림픽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다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도로에서 아시아 선수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세요?”라고 되물은 그는 “저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달리 동료 없이 혼자 달려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요. 솔직히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박성백은 비책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봤어요. 동료들에게 받던 도움을 돌려줬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경기를 보는 눈이 넓어졌어요. 유럽 팀들도 결국 미는 선수는 한 명이더라고요. 그 선수를 눈 여겨 봤다가 치고 나가는 순간 저도 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요?”. 결국 이번 대회가 박성백으로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홀로 서는 법을 배우는 계기였던 셈이다. 박성백은 이탈리아의 파올로 베티니(34)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투어에는 약하지만 단기전에는 무적에 가까운 선수”다. 그리고 이는 올림픽에 강한 선수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다른 선수들이 지칠 무렵 강철 같은 체력으로 승부를 뒤집는 박성백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선수이지만, 박성백은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박성백은 다시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준비를 위해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실전만한 훈련이 없다는 정태윤(55) 서울시청 감독의 지론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단지 박성백과 그들이 다른 것은 박성백은 이미 베이징올림픽 코스를 답사했기에 현지에 또 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박성백은 “사이클에는 시작이 있을 뿐 끝이 없어요. 아마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또 다른 대회를 위해 달리고 있을 거에요. 제가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그런 저를 잊지 말고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거죠”라는 말과 함께 사이클을 몰고 사라졌다. stylelomo@osen.co.kr 서울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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