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의 예능 출연, 약일까 독일까
OSEN 기자
발행 2008.07.05 10: 19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후배들이 안타까웠다." 쟁쟁한 한 선배 가수가 남긴 쓴 소리다. "일단 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궁지에 몰린 후배 가수들의 입장이다. 최근 정통 음악 프로그램보다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노래들을 알리는 효자 노릇을 해내자 이를 두고 상반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무대의 입지가 좁아진 가수들에게 새로운 루트를 제공한다는 호평과 함께 가수들이 본업에 주력하지 않는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되고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노래는 단지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컬러링, MP3, 블로그나 개인 홈피 BGM 등지에서 소비하고 활용하는 매개체로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노래 자체의 호-불호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탄생하게 된 비화나 그 음악과 접목되는 특정한 상황, 그 가수의 캐릭터까지도 함께 소비하고 이해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솔비의 고백 배경음악으로 화제를 모은 정철의 '결혼'이나 김동률의 '아이처럼' 등이 네티즌의 재조명을 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알렉스와 크라운 제이, 앤디 등 출연진은 물론, 묻혀있던 타 가수들의 노래까지 히트시키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금은 종영된 엠넷(Mnet) ‘오프더레코드 효리’에서 정재형의 노래 ‘지붕 위의 고양이’가 인기를 끈 것도 프로그램 OST로 활용되며, 이효리가 듀엣곡으로 불렀다는 비화가 소개된 것이 큰 몫을 차지했다. 서인영의 경우 ‘우리 결혼했어요’와 ‘서인영의 카이스트’의 수혜를 동시에 누리며 그룹에서 솔로가수로의 발판을 닦기도 했다. KBS ‘1박 2일’이나 ‘불후의 명곡’도 유사한 사례를 보이며 가수에 대한 호감이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초 가수들의 예능프로 게스트 출연은 새 앨범 출시를 앞두고 이를 홍보하려는 목적에 있었다. 가요 프로들의 폐지가 잇따르면서 자신의 얼굴을 계속 팬들에게 알려줄 수단으로 예능 외에는 대안을 찾기 힘들었다. 여기다 음반시장의 침체로 가수 활동만으로는 예전처럼 높은 수익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도 이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고 신인 가수 유리 역시 이효리와 서인영 등 성공 사례를 발판으로 'YEPP 스타탄생 리얼리티 Music Is My Life'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엠넷(Mnet) 황금산 PD는 "가수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예전처럼 평가한다는 자체가 시대에 뒤쳐지는 일"이라며 "버라이어티 포맷을 띠고 있어도 음악과 함께 그 안에 담겨진 수많은 이야기가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음악 프로그램일 것"이라 말했다. 가수는 노래를 하는 직업이다. 음악에 대한 역량과 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그러나 현재 가수들이 설 무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냐는 논란은 가수들에게는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포맷의 음악 프로그램들이 탄생하고 더 많은 가수가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바라봐주는 너그러운 시선도 필요할 때다. 물론 본업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말이다. y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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