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최경환 선배를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지 못한 채 불안한 표정이었다. 삭발했던 머리카락은 어느 정도 자랐지만 여전히 짧았고 얼굴은 핼쑥해져 수척했다. 5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등록한 SK 윤길현(25)이 경기에 앞서 취재진 앞에 나섰다.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고 평소 자신감 넘치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윤길현은 "KIA팬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사과드리고 싶다"며 "다음주 주말 문학 KIA전에 앞서 이종범, 최경환 선배를 직접 찾아뵙고 공개적으로 사과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2군에 머물렀던 17일간의 기간에 대해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야구만 생각해 왔는데 이번 일이 나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한 계기가 됐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특히 "그동안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는 윤길현은 "좀더 성숙한 자세로 경기에 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길현은 지난달 15일 문학 KIA전서 빈볼 시비 및 경기 중 욕설로 물의를 일으켰다. 자숙의 시간을 가졌지만 야구팬들 사이에서 파문이 점점 커지자 그로부터 3일 후인 18일 2군으로 내려갔다. 다음은 윤길현과 일문일답이다. -파문이 있은 후 17일만에 1군에 복귀했다. 우선 많은 야구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죄송하다. 특히 KIA팬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사과드리고 싶다. 다음주 주말(7월 11일~13일)에 열리는 문학 KIA전에 앞서 이종범, 최경환 선배를 직접 찾아뵙고 공개적으로 사과드리겠다.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 야구만 생각해 왔는데 이번 일이 나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한 계기가 됐다. 자숙하는 자세로 있었고 야구 경기도 보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이제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좀더 성숙한 자세로 경기에 임하도록 노력하겠다. -일부 야구팬들은 1군에 빨리 복귀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야구를 계속하는 한 시간이 지나도 겪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심정이다. 최근 팀이 힘든 상태라 최대한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 좋은 상황은 아니다. 80% 정도. 2군 경기에서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안타도 많이 맞았고 볼넷도 많이 줬다. -1군 부름은 언제 받았나. 어제 2군 훈련 중에 코치님으로부터 올라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왔다. KIA와의 2군 경기에서도 코칭스태프를 찾아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가족들도 맘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부모님은 처음에 내가 미안해 할까봐 그런지 전화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팬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내가 힘들어 할까봐 자주 전화하셨다. KIA 최태원 코치께서도 전화주셔서 격려해주셨다. 감독님께는 나로 인해 기자회견을 하신 다음날 인천에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앞으로 몸쪽을 던지는데 부담되지 않겠는가. 자신있게 던지겠다. 고의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 상관이 없을 것이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