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뒤풀이 야구]히어로즈,‘가입금 미납사태’로 얻은 것도 있다
OSEN 기자
발행 2008.07.06 09: 06

결국은 일주일 늦춰서 내는 것으로 원위치가 됐다. 하지만 와중에 잃은 것과 얻은 것도 있었다. 신생팀 우리 히어로즈가 한국 프로야구 회원사가 되기 위한 기본전제로 합의한 가입비 120억 원에서 6월 30일까지 납입하기로 했던 24억 원을 놓고 조건을 붙이려다가 한국야구위원회(KBO)측의 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결국 7일 ‘아무 조건없이 완납’하기로 결론이 내려졌다. 히어로즈로서는 강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생채기만 생긴 셈이 됐지만 그래도 무형의 소득도 있었다. ▲잃은 것은 ‘이미지와 돈’ 약속된 날짜에 가입비를 내지 않으면서 믿을 수 없는 구단으로 여론에 몰매를 맞아야 했다. 이전에도 각종 특혜를 받아놓고선 더 무엇을 얻으려 하느냐는 여론이 대세였다. 구단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다. 역풍의 한 영향으로 스폰서인 우리 담배로부터는 ‘네이밍 라이트’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나오면서 향후 구단 운영비 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 담배와는 원래 3년 최대 300억 원의 스폰서 계약을 맺었으나 우리 담배 측이 이번 사태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졌다며 발을 빼는 바람에 당장 내년 구단명을 쓸 기업체를 찾아야 하는 실정이 됐다. 이미 출범할 때부터 성적보다는 이익을 내는 구단이 되겠다고 선언한 히어로즈로서는 향후 마케팅에 더 힘이 들어가게 생겼다. 구겨질대로 구겨진 구단 이미지 탓에 선뜻 스폰서로 나서려는 기업이 많지는 않을 듯 싶다. 물론 우리 담배처럼 단기간내에 일반인들의 머리 속에 남겨지기를 원하는 외국계 기업이나 신생 기업으로서는 아직도 히어로즈 구단은 매력이 있다. 우리 담배도 최근 사태로 이미지가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야구단 후원으로 짧은 기간내에 일반인들에게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얻은 것은 ‘존재감과 구단가치’ 히어로즈는 이번 가입비를 놓고 한국야구위원회(KBO)측에 ‘우리를 회원사로 인정하는 계약서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며 당당한 프로야구 회원사임을 인정받기를 원했다. 일부에서는 나머지 7개 구단이 ‘왕따’를 놓으면서 고사시키려 한다는 점에 위기의식을 느낀 히어로즈가 회원사 지위를 확고하게 받기 위해 새로운 계약서 등의 조건을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이번 사태로 구단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인정을 받았다. 비록 히어로즈가 원했던 계약서로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가입비만 정상적으로 내면 회원사의 지위는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다’는 KBO측의 설명을 들은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KBO가 이미 작성해서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계약서에 ‘5년내 구단 매각금지’ 등의 조항에 대해 히어로즈측이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지만 히어로즈가 주체적인 야구단임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다. 일부에서 히어로즈가 이미 다른 기업과 매각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히어로즈가 회원사 지위가 분명하게 있고 현재 사용중인 목동 구장은 물론 2010년 완공돼 활용될 고척동 하프돔구장의 우선 입주권도 갖고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구단 가치도 인정받았다. 히어로즈는 목동구장 개보수 비용과 당초 계획했던 위탁사용 미이행에 따른 손해 등을 감안해 40억 원이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등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투자한 비용(운동장 개보수, KBO 가입금 등)이 50억 원 이상임을 드러냈다. 앞으로 히어로즈는 인수하는 기업에서는 최소한 이 비용 이상을 내야 가능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고척동 하프돔구장 우선 입주권은 히어로즈 구단의 가치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야구계에서는 히어로즈의 이번 가입금 조건부 납부 사태에 대해 고척동 하프돔 사용권을 더욱 확실하게 보장받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서남권은 물론 경기도 일부(부천, 안양)와 인천 일부(부평)까지 아우르는 거대상권을 배경으로 하는 고척동 하프돔구장이기에 이런 분석이 뒤따른 것이다. 하지만 KBO와 히어로즈 구단을 운영하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당초 맺었던 합의서에는 이미 고척동 하프돔구장 우선 입주권을 보장해놓은 상태로 야구계 일부의 분석은 약간의 비약이었다. KBO 고위관계자는 “고척동 부문은 이미 히어로즈 가입 승인때 이사회에 합의서를 공표하면서 다 알려진 사실이다. KBO는 고척동 구장을 원래 사용하도록 돼 있는 아마야구와의 관계를 목동구장처럼 교통정리 해주기로 했을 뿐이다. 그다음 구장 주인인 서울시와 위탁계약 등의 문제는 히어로즈가 해결해야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 못지 않은 시설로 최신식인 인천 문학구장은 물론 잠실구장 보다도 더 나은 시설을 갖추게 될 고척동 하프돔구장은 거대 상권과 함께 히어로즈에게 가장 큰 무형재산이 될 수 있다. 물론 서울시와의 위탁계약이 잘 맺어진다는 전제가 따르지만 말이다. 히어로즈로서는 비록 이번 사태로 이미지가 구겨지고 스폰서도 끊기고, 그리고 원하던 새로운 계약서 작성에도 실패했지만 구단가치에 대해 인정받고 알릴 수 있는 계기였다. 시장성에서 최고인 서울 연고권을 가진 히어로즈 구단은 앞으로 잘만 돌아가면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질 수 있는 구단임에 틀림없다. 이점이 망신창이가 된 이번 사태에서 얻은 히어로즈의 최대수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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