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4일 굵직한 트레이드 하나가 e스포츠 판을 흔들었다. 바로 '투신' 박성준의 STX 이적이었다. 전격적인 이적 결정이었지만 은퇴설에 휘말렸던 만큼 박성준의 재기에 대해서는 다들 고운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박성준은 저그로는 최초로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한 선수고, 친정팀인 MBC게임 히어로의 창단 첫해 우승 주역이었지만 2006년부터 하강곡선을 그리던 선수. 2007년 초 MBC게임서 웨이버 공시를 당하고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결국 2008년 STX로 전격이적이 결정됐지만 2007년 초라한 성적과 팀내 적응여부를 두고 박성준의 재기는 반신반의였다. 박성준을 받아들인 STX 팀내 코칭 스태프도 "e스포츠는 멘탈적인 측면이 강하고, 워낙 우수한 선수이긴 하지만 2개월 이상의 공백이 우려된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박성준은 김은동 감독이 지도하는 STX서 다시 한 번 오기를 냈다. 예전 MBC게임과의 팀 내 분위기가 비슷한것도 중요한 요인이었고, STX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멋지게 장식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직 끝난거 아닙니다. 불사조처럼 다시 살아나 훨훨나는 모습을 보여드릴께요"라며 솔선수범하며 팀 훈련에 동참했다. 상대를 힘차게 몰아치는 자신의 스타일을 다시 살려내면서 스타리그 뿐만 아니라 프로리그서도 거침없이 일어났다. 개인의 명예를 위해 재기의 의지를 다진 스타리그서는 난적들을 잇따라 제치면서 두 번째 골든마우스를 눈 앞에 뒀고, 프로리그서는 궂은일이라 불리며 대부분의 선수들이 기피하는 팀플레이를 맡아 STX의 든든한 허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은퇴 여부를 두고 석달간 고민하면서 제대로 된 연습을 하지 못했던 선수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멋진 부활이었다. 비단 박성준 뿐만이 아니다. 이적 이후 멋지게 성공하는 선수들은 다르게 찾을 수 있다. STX 김민제의 경우 2006년 르까프서 STX로 이적해 온 선수. 오영종 이유석 등에 밀려 STX 옮길 적만 해도 김민제는 오래가지 못할 선수였다. 하지만 이제 김민제는 STX의 빠져서는 안 될 선수다. 아주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개인전과 팀플레이를 오가며 묵묵하게 제 몫을 하고 있다. KTF 배병우 또한 비슷한 경우. 마재윤과 장육 등에 밀려서 자리를 잡지 못해 KTF로 2007년 초반 이적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KTF 저그라인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홍진호도 빼 놓을 수 없다. 홍진호 또한 오랜 부진으로 2008시즌 전만해도 출전이 사실상 힘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 체계적 뒷받침으로 인해 재기에 성공했다. 대부분의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종목서 '한 번 크게 쉬면 끝장' 또는 '전성기가 지나 내리막길을 타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기존의 생각을 완벽하게 뒤집는 것이었다. 물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선수들의 정신력과 의지가 작용했지만 이제는 예전에 비해 체계적인 연습 프로그램으로 부진에 빠졌던 선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좋은 시절에 선수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것 이상의 답 말고 다른 답은 없는 것 같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