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이요? 저 요새 일주일에 800km나 달려요. 정말 힘든데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니까 참아야죠. 제 꿈이거든요”.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도로에 출전하는 구성은(24, 서울시청)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구성은은 지난 3월 강진군에서 열린 3.1절 기념 대회(개인도로 2위, 크리테리움 2위)와 4월 가평군에서 열린 대통령기(크리테리움 3위, 도로독주 4위)에서 거둔 성적을 인정받아 손희정(21, 상주시청)과 함께 개인 도로 대표로 선발됐다. 대한사이클연맹은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매 경기 좋은 성적을 유지한 구성은을 주목했다. 그는 여자 선수 중 2번째로 높은 평가점수 19점을 획득하며 당당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구성은의 올림픽 진출은 극적이었다. 한국이 가진 여자 사이클 개인 도로 출전권이 2장뿐이기 때문이었다. 연맹은 지난 1월 사이클 월드컵에서 2위에 오른 이민혜(23, 서울시청)와 최근 상승세에 올라선 신예 김혜림(18, 서울시청)의 선발을 고려했다. 그러나 이민혜는 트랙 포인트레이스 출전권을 획득했고 김혜림은 나이 미달로 자격이 없어 구성은에게 기회가 왔다. 도로경기는 19세 이상만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다. 구성은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올림픽은 죽기 살기로 나가야 하는 대회에요. 제 꿈인 올림픽에 극적으로 나가게 됐으니 저 참 복 받은 거죠?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인생에 후회가 남을 거 같아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각오를 말했다. 그러나 한국인 아니 아시아인에게 도로는 잔인한 종목이다. 올림픽 역사상 단 한 번도 아시아인이 도로에서 메달을 따낸 경우는 없다. 구성은에게 지나친 기대를 할 수 없는 이유다. 구성은도 조심스레 목표가 메달이 아닌 성장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나가면 저보다 한 수 위의 경쟁자가 넘칠 거에요. 특히 영국의 니콜 쿡이라는 선수는 제 롤 모델인데 유럽에서 열리는 사이클 경기에서는 언제나 순위권에 드는 선수에요. 이런 선수랑 같은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영광이에요. 그런데 그 선수에게 저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이게 이번 올림픽에서 제 목표랍니다”. 목표가 메달이 아니라고 해서 구성은의 올림픽 준비에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매주 800km를 달리는 구성은의 머리 속에는 올림픽 120km를 어떻게 달릴 지에 대한 고민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리장성을 도는 순환코스에 유독 언덕이 많다고 고민하는 그는 다시 강원도로 떠나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훈련에 들어간다. 구성은은 “전 이제 시작이에요. 이번 대회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못 올려도 실망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런던 올림픽에도 나갈 거에요. 그때까지 저 구성은의 이름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한국 사이클 역사의 획을 긋는 활약을 꼭 보여드릴게요. 아시아 역사상 메달권에 든 선수가 없데요. 제가 그 주인공이 되고 싶어요”라는 당부와 함께 마지막 훈련을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Stylelomo@osen.co.kr 서울시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