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 얼마나 대단한 투수였나
OSEN 기자
발행 2008.07.09 14: 32

[OSEN=이상학 객원기자] ‘마지막 토종 20승 투수’ 정민태(38)가 지난 8일 은퇴했다.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이었지만 본인은 이미 마음의 결심을 굳힌 뒤였다. 2004년 7승으로 개인통산 124승을 거둔 이후로 끝내 1승도 더 추가하지 못하며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현대 유니콘스의 적자였던 정민태는 그러나 왕국이 사라진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어울리지 않는 KIA 유니폼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은퇴식없이 은퇴하는 운명에 처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한국프로야구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다승왕·골든글러브 3회 수상 정민태는 총 3차례 다승왕을 차지했다. 20세기 마지막 20승 투수가 된 1999년 생애 첫 다승왕을 수상한 뒤 이듬해인 2000년 임선동·김수경과 함께 18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이후 2년간 일본에서 활약하다 현대로 돌아온 2003년 17승으로 3번째 다승왕을 거머쥐었다. 역대 통산 다승왕 3회는 선동렬(4회)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다. 또한 1998년, 1999년, 2003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이 역시 선동렬(6회) 다음으로 많은 수상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정민태는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였다. 다승왕·골든글러브 3회 이상 수상한 유이한 투수가 선동렬과 정민태다. 김시진이 다승왕·골든글러브 2회를 수상했지만 정민태보다는 1회씩 덜 수상했다. 마지막 토종 20승 투수 1999년은 이승엽의 해였다. 54홈런을 터뜨리며 전국을 잠자리채로 물들였다. 하지만 1999년은 정민태의 해이기도 했다. 타자 이승엽이라면 투수 정민태였다. 그해 정민태는 33경기에서 230⅔이닝을 던지며 20승7패 방어율 2.54를 기록했다. 구원승 1승이 포함됐지만 20승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20세기 마지막 20승은 지금도 토종 마지막 20승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다니엘 리오스가 22승을 거뒀지만 외국인선수였고 또 일본프로야구에서 약물복용으로 퇴출돼 의미가 퇴색됐다. 당시 정민태가 기록한 방어율 2.54는 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시기에 만들어진 기록이었다. 그해 방어율 1위는 임창용(2.14)이었지만 그는 마무리투수로 정민태보다 92이닝을 덜 던졌다. 물론 마무리투수에게 138⅔이닝은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기록이다. 5시즌 연속 200이닝 투구 지난해 26년간 한 시즌 200이닝을 던진 투수는 모두 44명. 마운드 분업화가 고착된 2000년 이후에는 단 10명만이 200이닝을 돌파할 정도로 실력과 꾸준함이 반영되지 않으면 달성하기가 어려운 기록으로 분류된다. 그런 점에서 정민태는 가장 꾸준한 투수였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5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했다. 1996년 210⅓이닝, 1997년 219이닝, 1998년 200⅔이닝, 1999년 230⅔이닝, 2000년 207이닝으로 최동원(1983~87)과 함께 최다 연속 200이닝 투구를 기록했다. 윤학길이 총 6시즌이나 200이닝을 돌파했지만 3년 연속으로만 기록했다. 개인 통산 5시즌이나 200이닝을 넘긴 것도 윤학길 다음이다. 1990년대 후반 정민태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민태는 통산 투구이닝(1827⅓)도 역대 9위에 올랐다. 세계 최다 선발 21연승 투수들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기록은 무엇일까. 선발투수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치는 역시 방어율이다. 투구이닝도 얼마나 꾸준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다. 물론 승수는 그 투수가 어떤 투수인지를 다 보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승수는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된다. 정민태는 개인통산 124승을 기록하며 이 부문 역대에서 ‘스승’ 김시진과 함께 역대 7위 자리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2000년 7월30일 수원 두산전부터 2003년 8월31일 수원 두산전 더블헤더 2차전까지 선발 21연승이라는 세계 최다기록도 세웠다. 물론 세계 기록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만 정민태가 일본 진출 2년을 제외하면 그 기간 동안 국내에서 무적이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 4회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는 12년간 총 4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정민태가 자리하고 있었다. 1998년 17승을 거둔 정민태는 한국시리즈에서도 2승 방어율 2.51을 기록하며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2000년에도 18승을 거둔 뒤 한국시리즈에서 1승을 거두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정민태가 일본으로 떠난 2년간 우승이 끊겼던 현대는 정민태가 돌아온 2003년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정민태는 그해 17승을 거뒀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홀로 3승 방어율 1.69로 압도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2004년은 더 이상 주역이 아니었지만 우승멤버로 자리를 지켰다. 한국시리즈 최다 선발승(6승) 주인공이 바로 정민태다. 한국시리즈 MVP 2회 수상도 김용수와 이종범 그리고 정민태밖에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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