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더 이상 미미한 투구는 없었다. 두산의 해외파 출신 우완 김선우(30)가 국내무대 데뷔 후 최고 피칭으로 3승을 수확했다. 김선우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이며 시즌 3승(3패)째를 따냈다. 방어율도 종전 5점대(5.67)에서 4점대(4.82)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월 두산과 총액 15억 원에 계약하며 미국생활을 정리, 국내 프로야구로 컴백한 김선우는 그러나 실망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어깨 통증까지 겹쳐 한 달 넘게 2군에 머물러야 했다. 5월말 1군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정상궤도와는 거리가 멀었던 김선우는 이날 경기에서는 국내무대 데뷔 후 최고의 피칭으로 존재가치를 어필했다. 이날 김선우가 소화한 7이닝은 지난달 27일 대구 삼성전과 함께 올 시즌 개인 최다 투구이닝. 하지만 당시 1실점과 달리 이날은 무실점이었다. 김선우는 7회까지 투구수가 86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인 피칭을 했다. 86개 가운데 54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특유의 공격적인 피칭도 변함없었다. 최고 148km 직구와 함께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썼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터 등 변화구가 매우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다. 공이 낮게 제구된 덕분에 21개의 아웃카운트 중 13개를 땅볼로 처리했다. 특히 병살타를 2차례나 유도, 별다른 득점권 위기도 맞지 않았다. 수비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스스로도 마운드에서 자신의 리듬과 페이스를 유지했다. 김선우는 “지난번 경기에서 변화구 제구가 많이 안돼 변화구 연습을 많이 했는데 오늘도 변화구 제구가 잘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선우는 “요즘 기본기가 무너져 그걸 잡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잘 되다 안 되다 반복하고 있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밸런스가 잘맞았다”고 말했다. 김선우는 “그동안 너무 잘하려는 욕심이 많아 어려움을 자초했다. 하지만 2군에 다녀온 뒤부터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 마음의 여유가 경기로도 이어지고 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선우는 포수 채상병과 김경문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김선우는 “아직 마운드에서 힘으로 승부하려고 하는데 포수 (채)상병이가 국내타자들의 습성을 가미해 리드를 잘 해주고 있다. 그래서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채상병에게 고마워 했다. 김선우는 또 “그동안 스스로한테 많이 실망했었는데 감독님께서 용기를 주셔 힘을 얻고 있다. 꾸준히 지켜보시면서 기회를 주셔 내가 실수했던 걸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신다. 그 믿음에 꼭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김경문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