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여자’(김인영 극본, 배경수 연출)가 대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 동안 ‘피해자’로 분류되던 사월(이하나 분)이 무서운 역공을 시작했다. 9일 방송된 13부에서 자신에 얽힌 과거를 모두 파악한 사월이 도영(김지수 분)을 향해 “언니 그 동안 좋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소름끼치는 공포를 경험하게 했다. 나름대로 도영을 언니로 받아들이고 그녀 행동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려 했던 사월이 한계치에 다다르자 스스로 눈빛을 달리해 버렸다. 언니 도영이 자신의 자리를 의도적으로 빼앗았다는 것을 파악한 뒤 무서운 복수를 시작한 사월이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 사이에 약간의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누가 봐도 가해자인 도영을 불쌍하다고 여기는 의견들이 간간이 생기고 있다. 범죄심리학에서 나오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보는 듯하다. 도영은 인질범이고 볼모로 잡힌 시청자들이 도영의 심리 상태에 동화돼 버리는 상황이다. 물론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이긴 하지만 다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악행을 저지른 것이 분명한 주인공의 심리에 동화돼 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상황을 이해해버리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14회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사월의 복수극을 두고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들이 있는 반면, 사월의 복수를 또 하나의 가해-피해 구도로 보려는 시각까지 생기고 있다. 이처럼 단순하지 않은 구도는 결국 ‘태양의 여자’가 갖고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진부함을 먼저 생각했던 시청자들은 회가 거듭될수록 여느 작품과는 다른 그 무엇을 발견하고 점차 그 마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관념조차도 혼란스럽게 만드는 ‘태양의 여자’다. 하이라이트를 향해 긴장도를 높이고 있는 ‘태양의 여자’는 13회 시청률이 15.6%(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기준)를 기록했는데 이는 자체 최고 기록이고 일지매(23.0%)와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