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S' 윤길현, 의미있는 홈 복귀전
OSEN 기자
발행 2008.07.10 08: 26

"잘하고 싶었고 무조건 막아내고 싶었습니다". 연신 자신의 짧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SK 윤길현(25)은 인터뷰에 응대하는 것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삼성전은 SK가 3-0으로 승리하며 막을 내렸다.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11승째를 거둔 선발 김광현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김광현의 선발승 못지 않게 이날 마무리 투수로 나온 윤길현의 시즌 첫 세이브도 관심을 끌었다. '욕설 파문' 뒤 가진 첫 홈경기였기 때문이다. 윤길현은 이날 팀이 3-0으로 앞선 1사 1, 2루 위기에서 정우람을 구원해 마운드에 올랐다. 박진만을 상대로 내리 3개의 볼을 던져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결국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한숨을 돌렸다. 또 한 방을 가진 채태인마저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헛스윙으로 돌려세웠다. 낙차 큰 커브로 타이밍을 완전하게 빼앗는 절묘한 투구였다. 윤길현은 이날 투구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고 특급 불펜진의 핵심으로도 복귀했다. 심적인 안정 승리를 확정한 후 윤길현은 잠시였지만 펄쩍 뛰며 기뻐했다. 포수 박경완도 윤길현의 뒷통수를 툭 쳐 격렬한 축하인사를 날렸다. 한 번의 실수 때문에 '욕설 파문'의 주인공으로 전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던 윤길현은 이날 경기 후 곧바로 샤워실로 향했다. 그러나 난처한 표정을 지은 채 다시 덕아웃에 나타났다. 히어로 인터뷰를 위해 홈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1루측 단상에 서야 했기 때문이다. 윤길현은 "안가면 안되겠느냐"고 통사정했지만 결국 홈팬들을 위해 마이크를 잡기로 결정했다. 문학구장 대형 스크린은 윤길현의 얼굴을 잡아내고 있었다. 때마침 윤길현의 손이 눈가를 스쳤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윤길현이 눈물을 흘렸다"고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윤길현은 "눈물이 아니라 땀이 흘러내려 닦았을 뿐"이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잘 던지고 싶었다. 무조건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윤길현은 "홈구장 복귀전이었던 만큼 팬들 앞에서는 꼭 이기고 싶어 전력을 다했다"며 "(박)진만 선배에게 볼넷을 내주면 안된다는 각오였고 채태인에게는 코너코너 집중해서 던졌고 마지막은 타이밍을 빼앗은 것이 적중했다"고 기뻐했다. 자신의 예전 구위를 사실상 회복한 모습이었다. 뒷문 불안 해결 윤길현의 복귀는 팀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 SK는 뒷심 없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이날도 이기긴 했지만 평소처럼 쉽게 쉽게 득점을 뽑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5패 중 3패가 모두 역전패였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한 번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는 불펜의 핵심인 조웅천과 마무리 정대현이 제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길현의 등장은 이런 뒷문의 불안과 과부하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위기 관리 능력을 비롯해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만큼 중간 투수들의 피로를 감소시키는 역할은 물론이다. 지난 5일과 6일 이틀 연속 대전 한화전에 등판한 윤길현은 이날이 복귀 후 세 번째 등판으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다. 게다가 윤길현은 올 시즌 가장 좋지 않았던 삼성을 상대로 세이브를 올렸다. 삼성전에서 2홀드를 기록했지만 3경기에서 2이닝 동안 3실점하며 13.50이라는 최악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 윤길현은 뭔가를 기자에게 슬쩍 건넸다. 그라운드에서 주웠다는 100원짜리 동전 2개였다. "이런 거 주우면 잘 안풀려요. 가지세요". 그 동안 사람들을 피해다니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이다. 윤길현의 상처는 그가 야구 선수로 있는 한 완전히 아물지는 않을 것이다. 끝까지 스스로 짊어지고 감내해야 할 짐이다. 하지만 조금씩 예전 투구감과 승부욕을 찾아가는 모습은 만 25세 젊은 청년의 절박함이 묻어났다. 윤길현은 오는 11일 문학구장을 방문하는 KIA 선수들을 상대로 공개 사과를 약속했다. 이를 통해 윤길현은 더 성숙하고 도약하는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letmeout@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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