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호랑이 킬러는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한화 3루수 이범호(27)가 호랑이 킬러 명성을 재확인했다. 이범호는 지난 9일 광주 KIA전에서 9회초 쐐기 솔로 홈런 한 방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4회초에는 가운데 펜스를 직격하는 대형 타구로 3루타를 때렸고, 7회초에는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에 힘입어 안타로 결승타를 기록했다. 올 시즌 최다 6연승을 노렸던 KIA는 이범호의 호랑이 잡는 기운에 밀리며 어이없이 역전패했다. 이범호가 오랜만에 호랑이 킬러로 강한 인상을 남긴 순간이었다. 이범호는 대표적인 KIA 킬러였다. KIA 투수들이 이범호의 얼굴만 봐도 벌벌 떠는 시절이 있었다. 이범호의 이름도 호랑이 킬러로 더없이 적합하다. 사실 이범호의 한자 이름은 호랑이와 관계없다. 나무이름 범(帆), 넓을 호(浩)자를 쓴다. 순우리말 ‘범’자와 호랑이를 의미하는 호(虎)자를 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음성효과가 확실히 강하다. 그래서 한화는 KIA전에서 ‘범 잡는 호랑이’로 이범호를 지칭하고, KIA에서는 ‘이범호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 그러나 이범호는 KIA를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것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범호는 “KIA에 강하다는 것을 별로 못 느낀다. 보통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한 팀에 유독 강한 경우가 있는데 올해는 KIA에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시즌 이범호는 KIA를 상대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16경기에서 52타수 14안타로 타율 2할6푼9리·3홈런·12타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홈런과 결승타 그리고 3안타로 이름값을 해냈다. 이범호는 올 시즌 83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14홈런·57타점을 마크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5년 연속 20홈런이 도달 가능하다. 타율도 최소한의 목표로 설정한 2할8푼대가 눈앞이다. 타율은 낮지만 득점권 타율 3할1푼6리와 결승타 7개에서 나타나듯 승부처에 강한 모습도 변함없다. 3루 수비도 절정에 달아올랐다. 병살타가 12개로 리그 2위에 오른 게 유일한 흠. 하지만 이범호는 “병살타가 많은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병살타가 두려우면 아예 경기에 나오면 안 된다”며 호랑이 뺨치는 두둑한 배짱을 과시하고 있다. 공수 양면에서 알짜배기 활약으로 꽃망울을 피우고 있는 이범호. 10일 KIA와의 시즌 최종전에서는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지 자못 궁금해진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