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코치, "포수는 야수이자 타자"
OSEN 기자
발행 2008.07.10 13: 23

"요즘 들어 타격이 좋은 포수가 간혹 나타나면 '공격형 포수'라는 타이틀을 붙여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곰곰히 따져 보면 포수는 야수이면서 타자라는 것을 놓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역 시절 호쾌한 타격으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이만수 SK 와이번스 수석 코치가 10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www.leemansoo.co.kr)를 통해 '포수라는 자리'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이 코치는 "포수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투수 리드와 야수 컨트롤과 같은 중요한 임무를 맡은 자리이며 팀의 어머니와 같고 제2의 감독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타격이 좋은 포수보다 수비가 좋은 포스를 더욱 선호하고 인정해주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통산 세 차례 홈런왕(1983, 1984, 1985년)과 1984년 사상 첫 타격 부문 트리플 크라운(타율 3할4푼 23홈런 80타점)에 오른 이 코치는 포수들의 공격력 비중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격형 외야수나 공격형 유격수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도 포수에게 수비와 볼 배합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안겨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어 이 코치는 "나도 칭찬한 바 있는 롯데 포수 강민호의 인터뷰를 보니 '타격보다 수비에 더 치중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프로야구가 탄생한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포수라는 자리에 대한 선입견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아직도 좋은 포수란 팀을 잘 이끌어가고 투수를 잘 리드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현대 야구는 포수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지도자가 부족해 포수의 역할이 컸지만 현대 야구는 각 포지션마다 코치들이 있기 때문에 포수가 야수들을 컨트롤하고 지시할 필요가 없다. 투수와 호흡을 맞추고 리드하는 부분도 포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투수 코치, 배터리 코치, 전력분석팀까지 있어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포수가 전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이 코치는 "게다가 컨트롤이 아무리 절묘한 투수라도 포수가 요구하는 볼 배합으로 완벽하게 던지기는 어렵다. 타자에 대한 연구와 대비책은 투수 코치와 투수들의 몫이 크다. 그러나 프로야구에서는 배터리 코치와 포수가 그날 상대할 타자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하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10년 가까이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을 쌓았던 이 코치는 빅리그의 포수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이 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강한 어깨, 블로킹, 포구 능력, 타격 네 가지를 충족시키는 선수를 좋은 포수라고 평가한다"며 "국내 포수 가운데 송구 동작은 박경완(SK), 강한 어깨는 조인성(LG), 타격은 강민호(롯데), 포구 능력은 진갑용(삼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 코치는 "특이한 점은 한국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볼 배합, 투수 리드 항목이 빠져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포수가 투수를 리드한다'는 말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책임은 투수가 지는 편이다. 경기 전 미리 준비된 상대팀 데이터를 토대로 상대 타자의 장단점을 그날 선발 투수와 포수에게 알려주고 어떤 패턴으로 볼 배합할 것인지 투수 코치가 일러준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의 리드 때문에 경기에서 패했다'는 포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에서 머무르던 이 코치는 시즌이 끝난 뒤 유소년 야구 클리닉에 참가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 코치는 "포수라는 포지션을 연습할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언제나 공을 잘 잡는 것 뿐이었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져도 안정적으로 잡아 주는 포구 능력은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어렸을때 포수의 연습은 소위 미트질이라고 하는 공을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기 미트를 움직이는 연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주심이 포수의 미트질을 보고 볼 판정하는 것이 아닐건데 무엇 때문에 그토록 열심히 연습했는지. 이제는 야구가 발전해 포수들의 미트질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헷갈리게 판정하는 심판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포수의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제는 포수의 볼 배합이나 리드로 안타가 되고 안 되는 것보다 투수의 실투냐 아니냐가 안타를 만들어 내는데 더욱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알 때가 되었다. 최고의 투수와 보통 투수의 차이는 실투는 어느 만큼 적게 하느냐로 가늠할 수 있다. 이제 포수에게 짐을 좀 내려놓게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비에 치중하느라 공격의 맥이 끊어질 정도의 저조한 타격은 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조건을 갖춘데다가 야구 센스가 더해져 소위 한국에서 말하는 투수 리드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물좋고 정자 좋기가 쉬운가". 마지막으로 이 코치는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다른 포지션보다 훨씬 무거운 장비를 걸치고 앉아 있는 포수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포수가 중요한 야수이면서 아울러 타자인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what@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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