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외국인 투수 브래드 토마스(31)가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구원왕에 도전한다. 토마스는 지난 10일 광주 KIA전에서 1이닝을 탈삼진 3개로 간단히 처리하며 시즌 20세이브째를 따냈다. 역대 5번째 외국인 20세이브. 이와 함께 토마스는 오승환(삼성)과 함께 세이브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지금껏 외국인 투수가 구원왕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토마스가 사상 첫 외국인 구원왕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선수 도입 첫 해였던 지난 1998년 현대 조 스트롱이 27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오른 것이 최고 기록이다. 토마스의 급반전 토마스는 크리스 옥스프링(LG)과 함께 올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로 거론되고 있다. 사실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쓰는 것에 대한 논란이 없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쓰기에는 아깝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22세이브를 올린 롯데 호세 카브레라가 재계약에 실패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구대성의 부상 공백으로 고생했던 한화는 외국인 마무리의 필요성을 실감한 한화는 과감하게 토마스를 데려오며 뒷문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김인식 감독이 “처음 토마스를 보고 반했다”고 할 정도로 구위가 매력적이었다. 김 감독은 오히려 덕 클락보다 토마스를 더 기대했다. 사실 시즌 초반은 불안했다. 평균 150km에 육박하는 직구는 힘이 있었지만, 높게 몰리는 경우가 많아 통타당하기 일쑤였다. 제구가 불안해 볼넷이 많았고 폭투도 잦았다. 김인식 감독도 “구위는 정말 좋은데 공이 자꾸 높게 형성된다. 딱 틀어막는 게 없다. 점수를 너무 우습게 내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선수는 길게 내다봐야 한다”며 시즌 초반 나돌았던 토마스의 퇴출설을 일축했다. 토마스도 “공인구가 달랐고, 마운드 높이도 구장마다 달라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날도 추워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는 토마스를 기다렸고, 토마스도 서서히 보답하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올 시즌 41경기에 등판, 45이닝을 소화하며 3승4패20세이브 방어율 2.60을 기록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단 2차례뿐이다. 블론세이브 2개 모두 동점 및 역전주자가 있는 위기 상황에서 기록한 것이었다. 대신 터프세이브가 4개나 되며 1점차 세이브도 6개로 많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11이며 피안타율도 2할2푼5리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탈삼진이다. 9이닝당 탈삼진이 무려 10.0개로 8개 구단 전체 마무리투수 중 가장 많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위기 상황에서 탈삼진으로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힘이 토마스에게 있다. 9이닝당 볼넷도 2.8개로 확 줄어들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토마스다. 토마스의 자신감 김인식 감독은 이제 토마스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 지난달 13일 구대성이 재활을 마치고 1군으로 복귀했지만 마무리 보직을 건들지 않았다. 토마스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토마스가 국내무대에 적응하면서 공이 낮아졌고, 자신감을 얻으면서 많이 나아졌다. 상대팀에서도 ‘치기 어려운 공’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족스러운 모습. 토마스의 볼을 받는 포수들도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신경현은 “구위가 정말 좋다. 아마 올 시즌 가장 좋은 구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토마스의 전담 포수로 자리매김한 이희근은 “요즘 커브가 참 기가 막히게 떨어진다”며 변화구 장착에도 의미를 두었다. 특히 한여름을 맞아 위력을 떨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토마스는 하와이 전지훈련 때부터 온도계를 들고 다닐 정도로 온도에 민감하다. 따뜻한 호주 출신으로 그만큼 온도에 받는 영향이 강하다. 시즌 초반 부진할 때에도 토마스는 “여름을 기다려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여름을 기다려 달라는 말은 성적이 나지 않는 외국인선수들이 주로 하는 레퍼토리이지만 토마스는 실력으로 입증해냈다. 6~7월 14경기에서 9세이브 방어율 0.53으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군 투수코치는 “별다른 주문을 하는 것은 없다. 워낙 좋은 공을 가졌으니 자신감을 갖도록 힘을 준 것이 효과를 보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토마스의 자신감은 비단 국내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토마스는 같은 호주 출신인 에드리언 번사이드가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한 절친한 기자를 볼 때마다 번사이드의 등판결과를 물어볼 정도다. 토마스는 ‘자신이 번사이드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 이미 토마스는 한국에 오기 전 일본프로야구에서 한 차례 실패를 겪은 바 있다. 그만큼 자부심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 토마스는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 꼭 나가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무시무시한 폭주기관차를 이끌며 마운드 위를 달리고 있는 토마스. 좋은 친구들과 함께 최고 소방수를 꿈꾸고 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