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넘어가는 순간 놀라우면서도 짜릿했다.” 우리 히어로즈 6년차 내야수 권도영(27)이 프로 데뷔 첫 히어로가 됐다. 권도영은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 5-5 동점이었던 6회말 2사 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한화 마정길의 바깥쪽 124km 슬라이더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짜리 결승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2003년 현대에서 데뷔한 이후 6년 만이자 52경기만의 감격적인 첫 홈런이었다. 사실 이날 권도영의 속마음은 편치 않았다. 바로 전날이었던 지난 11일 한화전에서 8회초 1사 2·3루에서 3루 주자였던 권도영은 김일경의 중견수 뜬공 때 홈으로 내달렸으나 미식축구의 터치다운패스를 연상시키는 한화 중견수 덕 클락의 놀라운 홈송구에 아웃당하며 본의 아니게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히어로즈는 경기에서 패배했고, 권도영도 마음 한 구석도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날 권도영은 2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장했다. 이광환 감독은 자칫 의기소침해질 수 있는 권도영을 오히려 선발기용하며 믿음을 보였다. 2003년 입단 동기인 이택근도 자책감에 싸인 권도영에게 “어쩔 수 없는 플레이였다. 빨리 잊어버려라”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결국 권도영은 이날 경기에서 결승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속죄했다. 데뷔 첫 홈런과 함께 첫 3안타까지 기록했다. 권도영은 홈런 상황에 대해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었는데 타구가 중견수 쪽으로 깊게 뻗어갔다. 넘어갈 줄 몰랐는데 넘어가는 순간 놀라우면서도 짜릿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도영은 “어제 경기에서 베이스러닝 실패로 팀에 굉장히 미안했는데 오늘 오히려 주전으로 선발출장해 최대한 많이 살아나가겠다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홈런 타자가 아니라 홈런은 의식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좋았다. 이제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구상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2차 3번으로 현대에 입단한 권도영은 철저한 무명이었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7경기에 출장한 것이 1군 기록의 전부. 원래 내야수였지만 지난해 자리가 없어 외야 수비까지 훈련했다. 하지만 올 시즌 이광환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으며 1군에서 이름을 조금씩 알리고 있다. 구미전자공고 권정화 감독의 아들로 야구집안인 권도영이지만 목표는 소박하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장하는 게 목표”라는 것이 권도영의 말이다. 한편, 이날 승장이 된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은 홈런을 친 권도영과 정수성을 가리켜 “브룸바가 쳐야 할 홈런을 도토리들이 친다”며 농담을 던진 뒤 “리드를 당해도 따라가는 면이 많이 좋아졌다. 이기려는 승부욕이 돋보인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