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독보적인 홈런페이스 집중분석
OSEN 기자
발행 2008.07.14 08: 40

[OSEN=이상학 객원기자]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펑펑 터진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하는 한화의 홈런포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화는 지난주 6경기에서 홈런을 무려 11개를 폭발시키는 등 올 시즌 88경기에서 95개의 팀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 부문 2위 SK(60개)와는 무려 35개나 차이 난다. 김태균(25개)·김태완(18개)·덕 클락(18개) 등 3명 도합 홈런이 61개로 SK 팀 홈런을 압도할 정도로 가공할 만한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한화의 독보적인 홈런페이스를 집중분석한다. 역대 최상급 수준 한화의 경기당 평균 홈런은 1.08개로 올 시즌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경기당 평균 홈런이 1.0개가 넘는 팀이다. 한마디로 1경기에서 1개 이상씩 홈런포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경기당 평균 홈런만 놓고 볼 때 한화보다 홈런을 더 많이 친 팀들이 역대로 무려 29개 팀이 있다. 역대 통산으로 따질 때 경기당 평균 홈런에서 한화는 30위밖에 되지 않는 팀이다. 56홈런의 이승엽이 있었던 2003년 삼성은 경기당 평균 1.60개의 홈런을 터뜨렸는데 당시 팀 홈런이 213개였다. 한화는 현재 페이스를 쭉 유지한다면 예상 총 홈런이 136.0개. 이보다 더 많은 팀 홈런을 기록한 팀도 역대로 32팀이나 된다. 그러나 홈런은 시대를 담는 상대성이 있기 마련이다. 1999년의 경우, 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시대로 최하위 쌍방울을 제외한 무려 7개 팀들이 팀 홈런 140개를 넘겼다. 반면 투고타저가 극에 달했던 2006년에는 팀 홈런 100개를 넘은 팀은 한화가 유일했다. 중요한 것은 올 시즌 과연 얼마나 홈런이 나오고 있느냐는 점이다. 1999년에는 8개팀 평균 홈런이 1.21개였다. 2006년은 0.65개였다. 올 시즌에는 0.65개의 홈런이 터지고 있다. 극단적인 투고타저의 시기는 지났지만, 장타자의 부재로 인해 기대만큼 많은 홈런포가 양산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장타자들이 즐비한 한화는 돋보일 수밖에 없는 팀이다. 올 시즌 한화의 홈런페이스는 독보적이다. 팀 홈런 2위 SK와의 홈런수 차이가 35개인데 2003년 삼성, 1993년 삼성의 38개 다음으로 많은 2위와의 차이다. 역대 평균 팀 홈런 1·2위의 개수 차이는 15.5개. 1개 차이로 1·2위가 갈린 적도 2차례나 있었다. 게다가 한화는 올 시즌 나온 홈런 총 442개 가운데 95개를 책임졌는데 그 비율이 21.5%에 달한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1991년까지는 한 팀의 전체 홈런 비율이 모두 20%대였다. 1990년까지 6~7개 팀들로 운영된 영향이었다. 하지만 8개 구단 체제 이후에는 4차례밖에 없었다. 가장 최근에는 2003년 삼성의 20.0%. 올해 한화는 1993년 삼성(24.1%) 이후 최고로 압도적인 홈런 비율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한화는 리그 평균보다도 0.43개나 많은 홈런을 터뜨리고 있는데 8개 구단 체제 이후로는 1992년 빙그레(0.86개), 1991년 해태(0.71개), 2003년 삼성(0.61개), 2000년 현대(0.50개), 1997년 삼성(0.48개) 다음으로 많은 격차다. 실제로 한화는 홈런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한화는 팀 타율 7위(0.259), 팀 출루율 6위(0.339)에도 불구하고 팀 득점은 442점으로 당당히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경기당 평균으로는 5.02점으로 SK(5.14점) 다음으로 좋다. 하지만 SK는 팀 타율(0.287)·출루율(0.368) 모두 1위에 올라있는 팀이다. 자주 출루한 만큼 자주 득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화는 득점기회가 많지 않았음에도 장타로 모든 것을 상쇄했다. 팀 홈런 1위로 팀 장타율 1위(0.413)에도 올라있다. 한화는 팀 득점에서 홈런으로 만든 득점이 무려 36.2%에 달한다.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팀들이 전체 득점에서 홈런으로 만들어낸 점수의 비율은 겨우 22.2%에 불과하다. 장타자들의 총집합 그렇다면 한화는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홈런을 그것도 압도적으로 생산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장타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4번 타자 김태균이 생애 최고의 홈런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현재 페이스를 시즌 막바지까지 유지하면 김태균은 올 시즌 약 37홈런이 가능하다. 지난 2003년 기록한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31개)을 넘어 타이틀에 도전할 만한 성적이다. 이승엽 이후 팬들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지만 사실 37홈런도 대단한 수치다. 역대로 37홈런보다도 더 많은 친 경우는 17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타고투저 시기로 분류되는 1998년부터 2003년을 제외하면 1992년 장종훈(41개)이 유일한 37홈런 이상이다. 김태균 하나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듀오 이범호를 비롯해 덕 클락과 김태완이 무섭게 몰아치고 있다. 3루수로는 최초로 5년 연속 20홈런을 노리고 있는 이범호는 올 시즌에도 15홈런을 쳤다. 이 부문 단독 5위에 랭크돼 있다. 새얼굴인 클락과 김태완은 나란히 18홈런을 기록, 이 부문 공동 3위에 올라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한 시즌 최다 홈런이 15개였던 클락은 한국에서 생애 최고의 홈런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시원시원한 홈런포로 야구판에 원더걸스의 텔미 열풍 못지않은 선풍을 일으킨 김태완은 한동안 침체기를 가진 후 7월에 6홈런을 폭발시키며 텔미에서 쏘핫으로 진화했다. 홈런 부문 1~5위 중 무려 4명이 한화 소속이다. 하지만 김태균·이범호·클락·김태완의 ‘빅4’가 한화 홈런의 전부는 아니다. ‘영원한 홈런왕’ 장종훈 타격코치의 데뷔 초를 연상시키는 생김새와 어설픈 내야수비를 보이는 송광민은 제한된 기회에서도 홈런을 5방이나 날렸다. 송광민과 입단동기인 연경흠도 최근 연일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벌써 4홈런을 마크하고 있다. 송광민과 연경흠은 김태완과 함께 지난 2006년 한화에 입단했다. 대학무대를 주름잡은 거포들이 고교시절 한화에 하위순번으로 지명된 뒤 대학을 거쳐 특급거포가 돼 한화에 총집합했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빙그레 시절부터 한화는 타격의 팀이었다. 그런 전통을 쭉 이어오고 있다. 멀리칠 수 있는 선배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후배들도 선배들처럼 멀리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전통이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유독 한화에 장타자들이 즐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캡틴 MJ’ 김민재도 심심찮게 홈런을 터뜨리고 있는데 리그 9번 타자 중 가장 많은 4홈런을 마크 중이다. 포수 신경현도 뜬금없이 홈런 3방을 터뜨리며 군산의 야구천재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이영우가 2개, 이도형이 1개씩 홈런을 기록했다. 장타자들이 많은 것이 홈런 생산의 가장 큰 이유지만 김인식 감독이 선수들에게 맡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에게 내는 사인은 홈런 사인이 유일하다”고 농을 던질 정도로 작전을 많이 걸지 않는다. 작전이 많이 걸리면 타자의 스윙은 소극적이고 발전이 없어진다. 하지만 한화 선수들은 ‘무조건’ 시원하게 방망이를 휘두른다. 장타자들도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장효과는 얼마나 있나 한화가 홈으로 사용하는 본거지 대전구장은 제2의 홈구장 청주구장 다음으로 가장 작다.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작은 구장 2개를 쓰는 팀이다. 실제로 한화는 홈구장에서 더 많은 홈런을 때렸다. 대전구장 36경기에서 53홈런으로 경기당 평균 1.47개를 기록했다. 청주구장 9경기에서도 10홈런으로 경기당 평균 1.11개를 마크하고 있다. 반면 원정 43경기에서는 경기당 평균 홈런 0.74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화는 대전구장뿐만 아니라 다른 구장에서 경기당 평균 홈런도 나쁘지 않다. 특히 사직구장·대구구장에서는 경기당 평균 1.0개의 홈런으로 1위에 올라있다. 광주구장 3위(0.89개), 잠실구장 4위(0.58개), 목동구장 6위(0.67개), 문학구장 7위(0.40개) 순이다. 목동구장과 문학구장에서 홈런수가 적지만 나머지 구장에서는 적지 잖은 홈런포를 쏟아냈다. 대전구장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홈런 하나하나를 뜯어보는 수밖에 없다. 김태균은 대전·청주구장에서 17홈런을 터뜨렸는데 대전·청주구장이 아닌 나머지 전구장에서도 넘어갈 수 있는 홈런이 10개였다. 나머지 7개 가운데 5개는 잠실구장을 제외한 나머지 구장에서 무난히 넘어갈 홈런이었다. 실질적으로 구장효과를 본 홈런은 2개뿐이었다. 이범호는 홈런 15개 가운데 무려 11개를 홈구장에서 때려냈는데 이 중 7개가 전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들이었다. 나머지 4개 중 3개는 잠실구장을 제외한 전구장에서 넘어가는 홈런. 이범호의 구장효과 홈런은 지난 4월17일 청주 히어로즈전 장원삼에게 뽑아낸 비거리 115m 중월 투런 홈런이 유일하다. 신흥거포 김태완은 홈런 18개 중 11개를 대전구장에서 터뜨렸다. 이 가운데 8개는 전국의 어느 구장에서도 넘어갈 홈런이었으며 나머지 3개는 잠실구장을 제외한 나머지 구장에서는 무난히 넘어갈 타구들이었다. 김태완은 구장효과를 본 홈런이 실질적으로 하나도 없다. 클락도 올 시즌 18개 홈런 중 12개를 홈에서 기록했는데 11개가 전국의 모든 구장에서 무난하게 넘어갈 홈런 타구였고 나머지 1개는 잠실구장을 제외한 모든 구장에서 넘어갈 홈런이었다. 송광민의 5홈런과 연경흠의 5홈런, 김민재의 4홈런, 이영우의 2홈런도 모든 구장에서 넘어갈 타구였다. 다만 이도형의 유일한 홈런은 대전구장에서만 가능한 홈런이었다. 한화의 홈런 중 구장효과를 본 홈런은 4개이고 잠실구장을 포함하면 모두 16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 16개를 제외해도 한화의 팀 홈런은 총 79개로 2위 SK보다 19개나 더 많은 채로 변함없이 전체 1위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건 있다. 규모가 작은 구장에서는 아무래도 투수들이 큰 것 한 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리적인 위축을 보이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야구의 특징이다. 2005년 KIA, 2006년 삼성이 시즌을 마친 후 구장 펜스를 뒤로 넓혔다. 좋은 투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KIA와 삼성이 투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장을 넓히듯 한화도 장타자들의 장타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금의 작은 구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한화 타자들이 대전·청주구장에서 총 63개의 홈런을 터뜨릴 때 한화 투수들은 피홈런을 단 37개밖에 맞지 않았다. 동등한 조건에서 한화 타자들이 무려 26개나 더 많은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이보다 더 명징한 결론은 없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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