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그녀는 요정이었다. CF 모델로 등장해 내던졌던 한마디 한마디는 사회 현상이 되어 인구에 회자됐고 최수종과 공연한 드라마 ‘질투’는 트렌디 드라마의 효시가 돼 방송사에 한 획을 그었다. CF에서 최진실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까지 덩달아 유명인사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 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이른 최진실(40)이 가볍지 않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사회성’을 안고 이번에도 사람들 앞에 섰다. 프로야구 스타 조성민과의 이혼 후 혼자서 아이를 키우다 개정된 호적법에 따라 자녀의 성 씨를 자신의 것으로 변경한 가장 대중적인 인물이 됐다. 이 사회적 사건을 계기로 최진실은 13일 밤 방송된 MBC TV ‘시사매거진 2580’과 인터뷰를 했다. 자녀 성 씨를 바꾸게 된 계기,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이 최진실의 육성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날 인터뷰에서는 ‘개정 호적법’과 관련한 내용만큼이나 재미 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살아 있는 요정’에서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중견 배우로 거듭난 최진실이 던지는 메시지는 요즘 시대상황에서 유심히 새겨들어야 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최진실은 “스타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자신도 몸값 부풀리기에 일조했던 과거를 반성하면서 “현장에서 만나는 그 많은 스태프를 보면서 나 혼자 출연료를 독식해서는 안되겠구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월드스타니 한류스타니 하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냈다. “최근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 일본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벌써 또 한 명의 한류스타가 탄생하는 게 아니냐고 말을 하는데 나는 그냥 우리나라에서 마음 편하게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보톡스를 맞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재기작이었던 ‘장밋빛 인생’ 같은 경우는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부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만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상대 배우인 정준호 씨와의 관계를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맡은 배역이나 성격에 따라 보톡스를 맞는 등 관리를 한다”고 인정했다. 최근의 촛불정국과 미국 쇠고기 파동, 그리고 그 와중에서 일부 연예인이 설화를 입은 사실에 대해서도 “소수의 의견을 들어줄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미국 쇠고기 수입은 주부로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사매거진 2580’과는 별개로 최진실은 최근 진행된 OBS와의 인터뷰에서도 선배 연기자로서 후배들에게 쓴 소리를 했다. “제대로 된 연기를 배우기 위해서는 일일드라마를 꼭 한번 해 봐야 한다”고 했는가 하면 인사성이 없는 후배를 향해 “선배 연예인이면 그 분야가 연기자든 가수든 개그맨이든 깍듯하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최근 잇달아 들리고 있는 최진실의 목소리들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그 솔직함과 무게감에 있다. 가릴 것, 숨길 것 생각지 않고 훌러덩 다 보여주는 것은 자칫 천박한 솔직함이 될 수도 있지만 최진실의 그것은 삶의 무게가 배어나는 솔직함이기에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100c@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