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야구장의 국가이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3대 팝송'으로 꼽히는 야구장으로 나를 데려다주오(Take Me Out to the Ball Game, 이하 TMOTB)'가 그 경쾌한 화음을 세상에 드러낸지 올해로 100주년이 됐다. 한 세기 동안 이 노래를 앨범에 담은 가수는 무려 400여명. 프랭크 시나트라부터 프랭크 자파까지 온갖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앞다퉈 야구장의 '찬가'를 녹음했다. 음반화된 회수는 600회 이상. 록그룹 펄잼과 헤비메탈 보컬리스트 오지 오스번에서 풋볼코치 마이크 딧카와 영원한 '컵스의 상징' 해리 캐레이까지. 야구장에서 이 노래를 부른 인물의 수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TMOTB는 1908년 낵 노워스라는 작곡자가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도중 만들어졌다. 지금은 없어진 폴로그라운드에서 열린 뉴욕 자이언츠 경기를 지켜본 그는 경기장의 한 광고판에서 영감을 얻어 단숨에 작사를 한 뒤 곡을 써내려갔다. 차체가 심하게 떨리는 20세기 초반 뉴욕 지하철에서 쓴 곡이라기에는 글씨가 너무 선명하고 깨끗하다는 이유로 노워스 스토리는 '조작'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이 노래의 인기는 미국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노래의 가사는 케이티 케이시라는 여성팬이 남자친구에게 "나를 야구장에 데려가서 땅콩과 크래커를 사달라"는 내용으로 돼 있다. 무엇보다 후렴구가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구성돼 있어 따라부르기 쉽운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모르는 미국인은 없으며, AP의 보도에 따르면 '생일축하곡(Happy Birthday)'과 '미국국가(The Star-Spangled Banner)'에 이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불리워진 3번째 노래로 기록돼 있다. 오늘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TMOTB이지만 야구장의 '비공식 국가'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곡이 처음 발표된 1908년 당시 3명의 가수가 이 노래를 불러 3차례나 '톱10'에 오르기는 했지만 1934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 가서야 처음으로 야구장에서 울려퍼졌다. 1936년부터 1956년까지 메이저리그 최고 우완으로 명성을 떨친 밥 펠러(당시 클리블랜드)에 회고에 따르면 팬들은 장내 아나운서나 요즘같은 비디오보드의 지시 없이도 흥에 겨우면 알아서 노래를 불렀다. 홈팀이 이기거나 분위기가 좋으면 이 노래를 합창했다. 당시만 해도 '어쩌다 한 번' 함께 노래를 부르는 정도였다. 요즘 메이저리그 경기장에선 이 노래를 매일 들을 수 있다. 매 경기 7회초가 끝난 뒤 모든 관중은 기립해 일제히 이 노래를 합창한다. 하지만 이런 풍습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1976년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오너였던 '괴짜 구단주' 빌 벡은 관중을 위한 이벤트를 궁리하던 도중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구단 전속 아나운서인 캐레이가 중계 도중 광고시간이면 노래를 흥얼거리는 점에 착안, 경기 도중 마이크를 잡고 관중 앞에서 공개 공연을 연다는 계획이었다. 캐레이는 소문난 '음치'. 이런 캐레이가 노래를 부르면 관중은 일제히 목청높여 노래를 부르면서 '당신보다 내가 더 잘한다'고 과시할 것이고, 그것 만으로도 굉장한 '그림'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계획은 대성공을 이루었고, 캐레이가 6년 뒤 시카고 컵스로 옮긴 뒤에도 전통으로 이어졌다. 리글리필드의 컵스 홈경기 7회초가 끝난 뒤에는 언제나 마이크를 잡고 "컵스를 응원해주세요(Root, root, root for the cubbie)"라며 노래하는 노 아나운서를 볼 수 있었다. 당시 컵스의 경기는 구단 모기업인 트리뷴 컴퍼니의 자회사이자 케이블 채널인 WGN을 통해서 미 전역에 중계됐는데, 각 구단이 이를 따라하면서 7회초와 7회말 사이의 공수 교대 기간은 'TMOTB 시간'으로 굳어졌다. 캐레이가 지난 98년 사망하자 컵스는 매 경기 게스트를 초청, TMOTB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토미 라소다 LA 다저스 부사장 등 야구인은 물론, 유력 정치인, 연예인들이 만원 관중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실시했다. 시원한 여름밤, 푸른 잔디를 바라보며 합창하는 수만 관중의 모습. 메이저리그가 존속하는 한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이 노래의 인기는 이어질 것 같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