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과연 이치로의 '저주' 때문일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계속되고 있는 아메리칸리그의 강세는 스즈키 이치로(35.시애틀 매리너스)의 '내셔널그 험담'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돌아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한국시간) 야후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AL 올스타들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올스타전 당일이면 이치로의 독특한 연설을 접했고, 한 번도 경기에서 패하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이치로의 '독특한 행동'은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메이저리그에 첫 진출해 올스타에 뽑힌 이치로는 경기전 클럽하우스에서 감독의 일장연설이 끝나자마자 라커에서 튀어나와 쟁쟁한 스타들을 앞두고 장황한 연설을 시작했다. 평소 무슨 일이 있든지 통역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나타내는 이치로이지만 이때만은 거침없는 영어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무엇보다 연설 내내 내셔널리그를 비하하는 욕설과 저주를 그치지 않아 선수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갑자기 튀어나와 능숙하게 구사하는 이치로의 영어실력에 놀랐고, 그 다음에는 긴장되고 엄숙한 분위기를 깨는 그의 특출난 행동에 폭소를 터뜨렸다. 경기를 앞두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반공개적인' 상대팀 비하에는 어쩔줄 몰랐다. 그리고 경기에 임하면 패하지 않는다. 무승부로 끝난 2002년 경기를 제외하면 7년간 AL은 6승1무로 압도적 우위를 나타냈다. 보스턴 레드삭스 슬러거 데이빗 오티스는 "우리가 승리하는 이유가 바로 이치로 때문"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저스틴 모너(미네소타)는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정말 재미있는 순간이다. 이치로의 '저주 연설'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터질 것 같은 긴장을 순식간에 깨뜨리면서 여유를 갖게 해준다. 평소 말수가 적고, 짧은 영어만 하는 그가 갑자기 튀어나와 그런 말을 하는 광경은 정말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영(텍사스)은 "이치로 덕분에 올스타 경기를 준비하는 이틀 동안 우리는 하나가 된다"고 이치로의 '숨겨진 리더십'을 칭찬했다. 오랫동안 볼티모어에서 뛴 뒤 올해 휴스턴으로 이적해 NL 올스타로 뽑힌 미겔 테하다는 "더 이상 이치로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어 아쉽다. 후쿠도메 고스케(시카고 컵스)가 같은 행동을 했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올스타전 당일이면 욕설로 범벅이 된 NL 비하 연설을 했다고 시인한 이치로는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경기 직전 클럽하우스에 모여 있을 때가 경기 도중보다 더 집중이 잘 된다"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올스타전에서 AL이 압도하는 데에는 당신의 연설이 얼마나 공헌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90% 이상은 될 것"이라고 득의양양해 하며 "올해에는 내가 연설을 하지 않을 경우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아마 내가 없으면 오티스가 뭔가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orkhorse@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