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륵' 신세가 된 프로리그 팀플레이
OSEN 기자
발행 2008.07.16 14: 38

위나라 조조가 유비와 한중 쟁탈전을 벌이는 이야기가 있다. 조조는 자존심을 걸고 전쟁에 나섰지만 길어진 전황으로 궁지에 몰리자 자신의 상황을 닭의 갈비인 계륵에 비유하며 물러섰다. 조조에게 한중땅은 막대한 피해를 받으면서 취하기에는 무리였지만 유비에게 내주기에는 싫었기에 퇴군의 결정은 쉽지 않았다. 지금 프로리그 팀플레이가 계륵의 처지에 몰렸다. 08-09시즌을 앞두고 열린 워크숍서 폐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전략위원회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 놓은 상태. 최종 결정의 칼자루를 쥔 전략위원회의 고민도 클 듯 싶다. 이거는 가지고 가지니 너무 부담스럽고, 버리자니 욕먹기 십상인 문제다. 2003년 프로리그 출범이후 팀플레이는 프로리그 진행에 있어서 허리 부분을 담당한 비중이 큰 경기 방식이었다. 2006년 이후 비중을 차츰 줄였지만 여전히 팀 승부의 향방에 키 역할을 수없이 담당했고, 팀플레이의 전략적 중요성으로 많은 팀들이 선수들을 팀플레이에 전담시켰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대다수의 선수들이 팀플레이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소위 궂은 일인 팀플레이를 하게 될 경우 선수 생명이 짧아지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선수들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여기다가 최하 4명이상이 연습에 동원되는 것에 비해 성과도 크지 않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는 불만사항이었다. 팀플레이를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노력이면 개인전서 훨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점차 팽배해졌다. 중견급 이상 선수들의 생각도 별다르지 않다. 팀플레이 고참 선수인 A는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에 팀플레이를 전담하라고 할 때 은퇴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요즘도 가끔가다 개인전에 주력하는 동료들을 보면 부럽다"고 한숨 섞인 푸념을 늘어 놓을 정도. 2008시즌 개막전 선수들에게도 팀플레이가 외면을 받자 일부 팀들도 심각하게 팀플레이 폐지에 대해 들고나섰다. 당시는 찬반의견이 팽팽했지만 결국 팀플레이 유지로 결론이 났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가 다르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두개 게임단을 제외한 대다수의 팀이 팀플레이 유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것. 팀플레이가 없어질 것을 대비해서 현행 5전제에서 7전제로 확대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팀플레이 폐지가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2008시즌까지 시즌이 종료된 지금 시점에도 팀플레이 경기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문제이다. 2006시즌 이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지만 묵묵히 팀플레이 주력한 선수들은 폐지할 움직임이 일자 술렁이고 있다. 팀플레이의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팀 관계자는 "팀의 성적보다 팀플레이에 주력했던 선수들에게 팀플레이 폐지는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폐지보다는 보완하는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다소 과장일 수는 있지만 팀플레이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프로게임단과 프로리그를 아끼는 팬들에게도 팀플레이 보다는 개인전에 애정이 쏠리고 있다. 물론 팀플레이를 사랑하는 팬들도 있어 팀플레이 폐지에 대한 문제는 사실 그 어떤 문제보다 건드리기 어려운 사항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결론은 전략위원회의 판단에 판가름나게 됐다. 각 프로게임단의 단장 이상이 모인 전략위원회서 현명한 판단으로 프로리그 흥행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scrapper@osen.co.kr 삼성전자 임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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