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 대란' 한화의 남다른 복
OSEN 기자
발행 2008.07.17 07: 50

[OSEN=이상학 객원기자] “차라리 배팅볼 투수로 쓰는 게 낫지 않겠어. 돈 아깝잖아” 한화 김인식 감독이 특유의 농을 던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뼈있는 농담이었다. 삼성은 지난 16일 외국인선수 웨스 오버뮬러와 톰 션을 동반 퇴출시켰다. 삼성은 잔여경기를 외국인선수 없이 치를 계획이다. 하지만 퇴출된 오버뮬러와 션의 잔여연봉은 지급해야 하는 처지다. 그 이전에 퇴출돼 션의 재앙을 예고한 제이콥 크루즈의 올 시즌 남은 연봉도 삼성이 책임진다. 올 시즌 외국인선수 덕을 전혀 보지 못한 삼성은 금전적 손해까지 안게 된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요즘에는 좋은 외국인선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을 많이 써야 한다. KIA에 영입된 케인 토마스 데이비스도 원래는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영입하려고 한 선수였다. 그런데 트리플A 팀에서 어마어마한 이적료를 요구해서 일이 틀어졌다. 하지만 KIA는 그 많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결국 데이비스를 데려왔다. 지금 KIA가 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화는 어떨까. 올 시즌 한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외국인선수 덕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팀이다. 올 시즌뿐만 아니라 역대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만한 외국인선수 효과를 보고 있다. 덕 클락은 89경기에서 타율 2할9푼·18홈런·60타점·80득점·22도루로 공수주 삼박자에서 슈퍼맨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브래드 토마스도 초반 부진을 딛고 올 시즌 44경기에서 3승4패23세이브 방어율 2.64로 호투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해 “한마디로 순탱이들”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클락은 요즘 아픈 데도 참고 뛴다. 참으로 성실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토마스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와이프하고 딸이랑 한국에서 잘 적응하며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악동으로 불렸던 제이 데이비스를 떠올리며 “데이비스와 비교할 때 지금 애들은 너무 착해서 재미 없다”며 웃었다. 사실 클락과 토마스가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 한화 구단은 그래서 안전장치를 두었다. 나머지 7개 구단과 달리 6월 안으로 퇴출될 경우에는 잔여연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대다수 외국인선수들이 이에 반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화 구단에서 이유를 소상히 설명하자 클락과 토마스는 군말하지 않고 계약했다. 그만큼 합리적인 사고를 지닌 선수들이다. 이미 6월이 지난 만큼 두 선수는 이제 퇴출돼도 잔여연봉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일은 하늘이 두쪽 나도 없다. 외국인선수 대란 시대에 한화는 분명 복받은 팀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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