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조금 아쉬울 지 모른다. 상처난 얼굴도 가슴 아픈데 잘생긴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으니 가슴을 칠 일이다. 지난 10일 광주 KIA전에서 이범석의 142km 직구를 얼굴에 맞은 한화 김태완(24) 이야기다. 김태완은 지난 16일 대전 LG전에서 처음으로 얼굴보호대가 달린 이른바 ‘검투사 헬멧’을 썼다. 이날 김태완은 1회말 시즌 19호 선제 솔로포 포함 3타수 3안타 1타점 2볼넷으로 100% 출루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검투사 헬멧을 썼다고 갑자기 잘하는 건 아니다. 김태완은 얼굴에 공을 맞은 후 바로 다음날에도 변함없이 선발출장했다. 이후 4경기에서도 14타수 4안타, 타율 2할8푼6리·1홈런·3타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김태완은 구단에 검투사 헬멧을 요청했고, 한화 구단은 이날 삼성으로부터 검투사 헬멧을 빌렸다. 미국에서만 판매하는 검투사 헬멧이 때마침 삼성에 여분이 남아있었고 경기 전에 이를 받은 김태완은 30여분간 얼굴에 맞게 고쳐 썼다. 생소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펄펄 날았다. 김태완은 “사실 얼굴에 공을 맞은 후 무서움이 생겼다. 주위에서도 많이 걱정하셨다. 그런데 오늘 보호대가 달린 헬멧을 쓰니 두려움이 없어졌다. 타석에서도 오히려 더 바짝 붙어섰다. 보호대에 시선이 가리지도 않는다”며 검투사 헬멧에 만족해 했다. 김인식 감독도 “얼굴에 공을 맞으면 어쩔 수 없이 몸쪽 공에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잘 극복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태완은 “안 다치고 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목표를 떠나 스스로 계속 뛰면서 더 좋아질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로 3년차가 된 김태완은 그 가능성을 유감없이 폭발시키고 있다. 올 시즌 89경기에서 타율 2할7푼5리·19홈런·55타점으로 한화가 아닌 다른 팀에서는 3~5번 클린업 트리오를 맡을 성적을 내고 있다. 홈런 3위, 타점 공동 8위. 장타율도 0.532로 전체 4위에 올라있다. OPS(장타율+출루율)도 0.913으로 전체 6위다. 김인식 감독은 김태완에 대해 “대학 시절부터 잘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한화에서 직접 보니 가능성이 있었다. 지난해 제이콥 크루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도 김태완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김태완은 재능도 지녔지만,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선수다. 김태완은 “경기 전후로 30~40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힘도 힘이지만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함이 더 크다. 언젠가 운동선수를 다룬 책을 보니 웨이트 훈련이 부상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때부터 웨이트 훈련에 더 열중하고 있다. 트레이너와 1대1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은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는다. 시즌 중에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한 달에 2권 정도는 읽으려 한다. 가장 최근에는 시크릿을 읽었다”고 말했다. 책에서 교훈을 얻어 몸을 가꾸며 부상을 방지하고 있는 김태완이지만 비단 몸에 대한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10 김태완’이라는 이름으로 적혀있는 메모노트에는 상대 투수에 관한 내용을 빼곡하게 적혀져 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김태완은 메모노트에 대해 “고교 3학년 때부터 메모를 하는 것이 습관이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김태완은 메모노트를 구단직원이 가져갔다는 소리를 듣고는 마치 보물 1호를 잃어버린 듯 득달같이 직원을 찾아가 메모노트를 되가져가며 안도했다. 알고 보니 노력파인 김태완. 과연 준비된 거포였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