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출신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1군과 2군에 대해 확실한 선을 그었다. "2군 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를 기용할 의사가 없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로이스터 감독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1군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를 최대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2군은 2군일 뿐"이라는게 로이스터 감독의 생각. 그동안 2군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로이스터 감독이 2군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 속에 2군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변하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의 생각을 바꾼 주인공은 염종석(35), 이인구(28), 조정훈(23). 지난 1992년 롯데의 두 번째 우승을 이끈 염종석은 올 시즌 해외 전훈 캠프에서 골반 부상을 입어 조기 귀국한 뒤 2군 무대에서 컨디션 회복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녹슬지 않은 구위를 되찾았지만 그에게 1군 무대는 너무나 큰 벽이었다. 실력차보다 2군에 대한 믿음이 적었던 로이스터 감독의 생각 때문. 지난달 19일 한화와의 원정 경기에 앞서 1군에 합류한 염종석은 선발 투수가 아닌 중간 계투라는 낯선 보직을 맡았지만 관록을 앞세워 8경기에 등판, 11이닝 13피안타 7사사구 6탈삼진 4실점으로 승패없이 방어율 2.45로 호투 중이다. 무엇보다 피홈런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고무적인 대목. 염종석이 가세한 뒤 롯데의 계투진은 더욱 탄탄해졌다. 지난해 강병철 전 감독의 무한신뢰 속에 3번 타자로 거론되었던 이인구는 '잘 해야 한다'는 부담 탓에 65경기서 타율 1할9푼8리(167타수 33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이인구는 올 시즌 2군 남부리그에서 타율 3할5푼5리(186타수 66안타) 5홈런 34타점 41득점 6도루로 1군 진입을 향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특급 기대주 손광민의 발목 부상으로 15일 사직 KIA부터 1군 무대에 합류한 이인구는 1군 첫 경기에서 3타수 2안타로 강한 인상을 남긴 뒤 16일 0-4로 패색이 짙은 9회 1사 후 KIA 선발 이범석과 볼 카운트 1-0에서 오른쪽 펜스를 넘는 시즌 1호 솔로 아치(비거리 105m)를 터트렸다. 17일 중견수 겸 1번 타자로 나서 5회 좌중간 2루타를 포함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톱타자 임무를 완벽히 소화했다. '2군의 손민한'이라고 불리는 조정훈은 손톱 부상을 입은 이용훈(31) 대신 5월 8일 사직 한화전에 선발 등판, 직구 최고 147km를 찍으며 7이닝 7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 호투했다. 아쉽게 선발승을 따내지 못했지만 그의 존재를 확실히 알릴 수 있는 계기였다. 6월 22일 LG와의 대결에서 9이닝 2볼넷 4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한 조정훈은 이후 2패를 기록했으나 17일 사직 KIA전에서 7⅔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로이스터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11일 두산과의 홈 경기에서 패한 뒤 5연패에 빠진 롯데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조정훈의 호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우완 기대주 김사율(28)도 1군 무대에서 4경기에 등판, 승리를 거두지 못했으나 방어율 1.35로 선전 중이고 2군 남부리그 다승 1위(9승) 허준혁(23)도 조만간 1군 엔트리에 가세할 전망이다.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운 1군 무대 진입 때문에 목적 의식을 상실한 2군 선수들도 많았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이 2군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짐에 따라 2군에 소속된 선수들의 투지는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hat@osen.co.kr 염종석-이인구-조정훈.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