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4년차 외국인 투수 맷 랜들(31)이 호투로 팀의 9연승을 이끄는 동시에 3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랜들은 17일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탈삼진 3개) 1실점으로 호투했다. 0-1로 뒤지고 있던 6회말 타선이 3점을 뽑아준 덕택에 랜들은 선발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2위(51승 33패, 17일 현재)두산은 랜들의 호투 덕분에 선두(55승 30패) SK와의 게임 차를 세 게임 반까지 줄였다. 랜들은 모범생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달리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투수다. 대학 졸업 후 1999년 다이에 호크스의 제의로 후쿠오카에 둥지를 틀었으나 1군 출장은 단 한 경기에 그쳤던 랜들은 2000년 이후 2년 간 야구를 떠나 있었다. 이후 랜들은 2004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서 계투로 등판해 4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요미우리 특유의 '순혈주의'로 인해 랜들은 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또다시 방출의 칼날을 맞았다. 일본 구단에 연달아 외면당했던 랜들에게 두산은 '기회의 땅'이 되었다. 이전까지 직구-슬라이더 조합으로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를 공략하는 피칭을 펼쳤던 랜들은 체인지업을 가다듬으면서 더욱 노련한 투구를 펼치는 등 한국 무대서 더욱 기량을 발전시켜 나갔다. 지난 시즌까지 3시즌 동안 랜들은 40승을 거두면서 두산 선발진의 '달'과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던 랜들이었으나 올시즌에는 직구 구위가 예년에 비해 하락하는 모습으로 어려운 경기를 펼치기 일쑤였다. 팀 내에서도 '이제 하향세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랜들은 7월이 되자 과감한 투구로 3연승을 달리기 시작했다. 직구 구위는 예년만큼 올라오지 않았으나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과감한 투구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피칭에 상대 타자들 또한 맥을 못 추며 승리의 희생양이 되었다. 17일 현재까지 랜들의 7월 성적은 3승 무패 방어율 2.08로 탁월하다. 경기 후 랜들은 "6회가 끝난 후 교체 타이밍이 되어서 사실 승리에 대한 욕심은 가지지 않았다. 때마침 타선이 터져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타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선두 SK와의 게임 차를 좁힐 수 있던 중요한 경기였는데 연승까지 이어가게 되어 기분이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뒤이어 그는 "컨트롤이 생각만큼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슬라이더만큼은 제대로 구사되었다. 상대 타자들의 타격 밸런스를 흐트러뜨린 것이 좋은 투구로 이어졌다. 유격수 김재호나 1루수 오재원의 멋진 수비 덕분에 마운드서 과감한 투구를 펼칠 수 있었다"라며 경기를 자평하는 동시에 야수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산 마운드의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랜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랜들에 두산 팬들 또한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고 있다. farinelli@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