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199' 한상훈의 각별한 존재가치
OSEN 기자
발행 2008.07.19 07: 57

[OSEN=이상학 객원기자] “기싸움에서 져서는 안 된다” 한화 6년차 내야수 한상훈(28)은 지난 18일 대구 삼성전에서 2회말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터뜨리며 올 시즌 처음으로 2할대 타율을 돌파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정확히 2할을 마크한 타율은 세 번째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나 1할9푼9리로 떨어졌다. 한상훈은 올 시즌 89경기에서 226타수 45안타, 타율 1할9푼9리를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까지 21타석이 모자라지만 규정타석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게 한상훈의 현실이다. 하지만 한상훈의 존재가치를 타율로 격하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면이 많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국가대표팀 대수비 전문요원으로는 삼성 김재걸과 함께 한상훈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 수비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올 시즌 실책이 단 3개밖에 없을 정도로 물샐틈없는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주포지션인 2루뿐만 아니라 유격수로도 물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수비를 과시하고 있다. 신일고 시절 최고 150km를 뿌린 강한 어깨와 빠른 풋워크로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한다. 한상훈은 “(강석천) 수비코치님께서 위치를 잘 조정해주신 덕이다. 어디까지나 평범한 타구를 처리했을 뿐이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한상훈의 수비가 좋다는 건 어린아이도 알 만한 일이다. 한상훈은 “2루수든 유격수든 어느 포지션이라도 어색한 건 없다”며 수비에서만큼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한상훈은 2루수로는 물론이고 유격수로도 중견수쪽으로 빠지는 타구를 자연스럽게 건져내 한 바퀴 돌고 1루로 송구해 아웃시킬 정도로 수비 하나만큼은 타고났다. 스스로도 “수비는 즐거움”이라고 말할 정도다. 비단 수비뿐만이 아니다. 사실 올 시즌 한상훈은 시즌 내내 1할대 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찬스에서는 꽤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시즌 타율은 1할9푼9리에 불과하지만 득점권 타율은 2할6푼3리에 달한다. 데뷔 후 최악의 타율이지만, 오히려 타점은 23개로 데뷔 후 가장 많다. 한상훈은 “내가 득점권 찬스에서 그 정도로 강한 줄 몰랐다. 내가 몰랐던 부분을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득점권 타율보다 시즌 타율을 올리고 싶다”며 1할대에 머무르고 있는 타율 콤플렉스를 벗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훈은 결코 투수와의 기싸움에서는 지지 않으려 한다. 모팀 투수는 “한화는 중심타선뿐만 아니라 하위타순도 만만치 않다. 한상훈은 타율이 분명 1할대인데 타석에서 만나면 절대 1할대 타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상훈도 “투수와의 기싸움에서 질 생각은 없다. 비록 타율은 낮지만 적어도 타자가 투수의 기싸움에서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장종훈 타격코치님도 타율은 신경 쓰지 말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라고 강조하신다”고 말했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 강한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한상훈의 진가는 그라운드에서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후배들은 “(한)상훈이 형이 힘들 때마다 파이팅과 힘을 불어넣어 주신다. 그게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나이가 20대 후반으로 한화에 몇 안 되는 중간층으로 리더십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한상훈은 “원래부터 팀 분위기가 워낙 좋다. 타격이 안 좋은 만큼 수비, 허슬플레이, 파이팅으로라도 팀에 힘을 불어넣어야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김인식 감독은 벌써 “한상훈이 올 시즌을 끝으로 군대에 가야 한다”고 걱정했다. 한상훈은 올 시즌이 끝나면 공익근무요원으로 군입대한다. 올 시즌 목표는 무조건 한국시리즈 우승. 타율에 가려진 한상훈의 각별한 존재가치가 한화에게는 매우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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