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쓰, 점점 사라지는 '의혹'의 시선들
OSEN 기자
발행 2008.07.19 11: 11

'걸렸다'. 우리 히어로즈의 일본인 마무리 투수 다카쓰 신고(40)에게 쏟아진 '의혹'들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지난 18일 목동구장. 2-2로 팽팽하던 9회초 2사 1루. 타석에는 SK 좌타자 이진영, 1루주자는 우전안타를 치고 나간 정근우. 마운드에는 앞선 8회 1사 2루 위기 상황부터 등장한 다카쓰다. 이진영이 제대로 마운드에 집중하기도 전에 다카쓰의 몸이 1루쪽으로 휙 돌았다. 이에 당황한 1루주자 정근우는 결국 오른 다리에서 왼쪽 다리로의 중심 이동이 늦어 견제사로 물러났다. 공수 교대. 팀은 비록 연장 10회 2-3으로 패했지만 다카쓰의 견제는 끝까지 여운을 남겼다. 퀵 모션이 느리지 않는가 다카쓰의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4일 잠실 두산전. 팀이 5-1로 앞선 8회 등판해 1이닝 동안 1피안타 1실점했다. 문제는 느린 투구폼이었다. 행운의 안타를 치고 나간 이성열이 2루와 3루를 훔치도록 내버려뒀고 결국 이것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주위에서는 퀵 모션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광환 감독은 "퀵 모션에 문제가 있었다면 일본에서 최고 마무리 투수가 됐겠는가"라며 여유를 보였다. 함께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삼성 선동렬 감독 역시 "일본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는 것은 완벽하기 때문이다. 퀵 모션은 곧 적응할 것이다"고 말했고 SK 김성근 감독도 "빈틈을 놓치지 않는 일본 야구에서 견제 능력이 없는 투수가 최고 마무리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다카쓰를 두둔했다. 결국 주자가 쉽게 뛸 수 없다는 것을 국내 8번째 경기만에 증명해 보였다. 나이가 문제 아닌가 "뚜껑은 일단 열어봐야 알겠지만 1~2이닝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관록이 있는 투수고 하니깐 일단 한 번 지켜봐 달라". 정명원 투수 코치가 다카쓰의 데뷔전에 앞서 밝힌 내용이다. 다카쓰는 이 말처럼 데뷔전을 제외하고는 자책점을 기록하지 않고 있다. 이후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8회 채종범에게 적시타를 맞은 것 외에는 완벽한 모습이다. 당초 한국 나이로 불혹을 넘어선 다카쓰의 영입은 박노준 히어로즈 단장과 센테니얼 이사진간의 대립을 부르기도 했다. 이에 코칭스태프는 다카쓰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투구수를 조절해 나가고 있다. 최대 2이닝을 넘지 않고 30개 투구수를 맞춘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다카쓰는 국내에서 8경기에 나오는 동안 평균 24.3개의 공을 던지고 있다. 지난 2일 KIA전에서 37개로 가장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고 시즌 5세이브를 거둔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최다인 2이닝을 소화했다. 아직까지 나이로 인한 문제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구속이 너무 느린 것 아닌가 "스피드가 아니라 완급조절을 통해 상대를 제압한다". 다카쓰는 지난 6월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한국에서 과연 140km도 나오지 않는 직구가 통할까 였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분명히 통하고 있다. 다카쓰는 최고 140km에 육박하는 직구와 최저 80km대의 커브로 타자를 요리하고 있다. 언제나 똑같은 투구폼에서 나오는 변화구는 타자들에게 상당히 위력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컨트롤도 안정적이다. 게다가 떨어지는 위치도 제각각이다. SK 마무리 정대현은 "같은 떨어지는 싱커라 하더라도 타자 앞 어느 위치에서 떨어지느냐가 중요한데 다카쓰는 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고 평했다. 언제든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꽂을 수 있고 변화무쌍한 구속과 변화구까지 무장한 투수를 맞아야 하는 타자로서는 여간 신경쓰이는 부분이 아니다. 게다가 다카쓰가 마무리란 점에서 자주 상대할 기회도 없다. 다카쓰는 1할6푼7리의 피안타율을 기록 중이다. 당분간 다카쓰의 공략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야구계의 조심스런 전망이다. 다카쓰는 과묵하다 "표정이 굳어있다". 다카쓰를 본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내뱉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말 문을 터보면 그렇지도 않다. 다카쓰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방송에 자주 출연해 입담을 과시할 정도로 엔테테이너 기질을 가지고 있다. 또 성냥을 이용해 마술을 선보이도 했다. 18일 경기를 앞두고 다카쓰와 SK 이만수 수석코치가 재회했다. 4년만이다. 둘은 지난 200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선수와 불펜코치로 첫 인연을 맺어 2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었다. 다카쓰는 한국 땅을 밟은 이후 가장 밝은 표정으로 이 수석코치와 포옹한 후 이야기를 나눴다. 이 수석코치는 "김병현이 콜로라도 시절 셋이 자주 만나 식사를 하며 즐겼다"며 "지금은 팀 내에서 최고 고참급이라 자중하고 있지만 정말 괜찮은 친구"라고 설명했다. 이에 "올림픽 휴식기에 집으로 한 번 초대해야겠다"고 덧붙였다. 다카쓰의 통역을 맡고 있는 신수연 씨 역시 "아직 동료들을 잘 모르고 팀내에서 가장 어른이니깐 나서기가 그런 것 같다"고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스스로 조금씩 자신의 의혹을 떨쳐내고 있는 다카쓰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을 모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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