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1승 11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2008 월드리그를 마쳤다. 그나마 20일 새벽 끝난 러시아와 조별리그 최종전 원정경기서 3-2로 대역전승, 대회 첫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 위안일 따름이다. 지난 1999년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3-2로 이긴 이후 9년 만의 러시아전 승리였다. 그러나 저조한 성적에 불구하고 새로운 대들보의 등장은 이 모든 사실을 잊기에 충분하다. 어느새 대표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문성민(22, 경기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신치용 감독은 문성민에 대해 “외국의 세계적인 선수들 못지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 빠른 발과 스윙이 무기로 신진식 김세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성민은 월드리그 조별리그 12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대표팀에서 문성민의 위상을 알 수 있는 증거다. 고무적인 것은 문성민의 성장세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데 있다. 지난 6월 도쿄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세계 최종예선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주 공격수로 나선 문성민은 힘은 넘치지만 세밀함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득점(5위)과 서브(6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지만 잦은 범실이 문제였다. 그러나 월드리그에서 문성민은 자신의 성장을 입증했다. 조별리그서 남은 이탈리아-쿠바, 일본-중국전 결과에 관계없이 2위와 차이가 커 득점(284점)과 서브(25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확정지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올림픽 예선에서 52.94%에 불과했던 서브 성공률을 64.92%로 끌어올리며 힘만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한 번에 날려버렸다. 물론 문성민의 기량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과감해야 할 상황과 신중해야 할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고 강공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첫 승에 목마른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에 큰 책임을 느낀 나머지 고비에서 아쉬운 실책이 많았다. 여기에 공격에 비해 부족한 수비력은 문성민에게 남겨진 과제다. 그러나 시간은 문성민의 편이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블로킹과 2단 공격도 월드리그를 거치며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졸업반으로서 다음 시즌부터 프로로 전환하는 한국전력에 입단할 게 유력시 되는 문성민의 성장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이는 대회 도중 대표팀 감독으로 발탁되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신치용 감독이 2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며 장기적으로 팀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밝힐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어느새 문성민은 한국남자배구의 대들보 및 희망이자 '월드스타'로 떠오른 셈이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