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자리’가 남긴 두 가지 의미, 소재극복과 신인발굴
OSEN 기자
발행 2008.07.20 11: 03

SBS TV 아침드라마 ‘물병자리’가 19일 방송을 끝으로 5개월 가까운 긴 여정을 끝냈다. 지난 3월 3일 첫 방송을 시작해 치열한 아침드라마 경쟁에서 나름대로 좋은 성적도 거뒀다. 평균 시청률 14.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기준), 최고 시청률 17.8%(7월 4일), 마지막 시청률 15.2%의 성적표를 받았다. SBS가 기준 시청률로 삼는 서울 수도권 지역 시청률은 20%를 훌쩍 넘어 흥행면에서 ‘성공적’으로 평가된 작품이다. 제작진은 드라마의 외형적인 성공 외에 좀더 본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연출을 맡은 김수룡 감독은 “아침 드라마의 소재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과 신인에 가까운 젊은 배우들로 성공적으로 작품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 감독의 말대로 아침드라마는 주부들이 주시청층이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주부편향적인 경향을 보여왔다. 불륜과 복수, 고부갈등, 출생의 비밀 등이 아침드라마에서 주로 소비되던 소재들이다. ‘물병자리’에서는 이러한 소재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에 이견이 있기는 하다. ‘물병자리’는 보육원에서 친자매처럼 자린 두 여인이 어느 날 교통사고가 일어나면서 둘의 운명이 바뀌어 버리는 상황을 극으로 그렸다. 한 여인이 다른 여인의 운명을 훔쳤고 주변 남자들의 도움으로 결국 제자리를 찾는다는 게 큰 줄거리다. 이 장면을 두고 ‘복수’로 보느냐, ‘본성’으로 보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격은 달라진다. 김수룡 감독은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을 그리려고 했다. 시청자들은 자꾸 복수극으로 끌고 가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두 주인공 은서(임정은)와 은영(하주희)은 인간의 양면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이다. 둘은 사실은 한 몸과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우리 극에서 말하고자 한 것이 바로 이런 면이었다”고 밝혔다. 통속적인 갈등보다는 인간 본연의 심리라는 시각에서 접근한 점은 분명 남다르다. 젊은 배우들로 주요 출연진을 구성한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은서 역의 임정은, 은영 역의 하주희, 민호 역의 최령, 동하 역의 인성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시장에서 많이 친숙한 얼굴은 없었다. 김수룡 감독은 “초기에는 시청자들이 배우들을 낯설어 해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곧 얼굴들이 익숙해지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4명의 신인급으로 승부한 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기존의 아침드라마 주인공이 주로 30대 중반 이후의 이야기였다면 우리 드라마는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10년을 끌어내렸다. 젊은 연기자들이 그야말로 목숨을 걸로 한 덕분에 긴 호흡을 끌고 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신인연기자의 등용문 구실을 한 점에 대해서도 의미를 뒀다. 은영의 거짓이 밝혀지는 시점에 극성이 집중되는 스토리 구조로 인해 고전했던 기억도 이야기 했다. “사실 우리 드라마는 극성이 매우 강한 작품이었다. 한 순간에 폭발력이 집중되는 구조라 연속극으로 풀기에는 어려운 작품이다. 주변 인물로 방향을 틀자니 응집력이 떨어져 중간중간 호흡을 고르면서 가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다소 정체되는 시기가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 드라마는 김수룡 감독의 병상 연출로도 화제가 됐다. 드라마 시작 1주일 전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입원을 했고 마지막 방송을 역시 1주일 앞두고서야 퇴원했다. 일산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중요한 신이 있을 때는 온몸에 보호대를 하고 휠체어를 탄 채 현장을 지휘하곤 했다. 김수룡 감독은 “이제 뼈는 제 자리를 찾았지만 뼈를 싸고 있는 근육들은 거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의사 말이 평생을 고통을 안고 가야 한다고 하더라. 사실 벌써 인간 기상대가 됐다”고 껄껄 웃었다. ‘레주’라는 산소수를 장복하면서 순환기능은 많이 정상을 찾고 있다는 김 감독은 “발로 못 뛰니 속상하고 후배들과 배우들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대본만 나오면 새벽이든 밤중이든 전화를 해서 상의를 하던 젊은 배우들의 열정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물병자리’를 이끈 젊은 배우들과 김수룡 감독. 아래 오른쪽 사진은 김수룡 감독이 가슴 보호대를 착용한 채 연장을 지휘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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