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이상학 객원기자] “마구를 던지는 제2선발이 잘해야 돼”
한화 김인식 감독은 제1선발 겸 에이스 류현진에 대해 “아주 든든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류현진밖에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김 감독은 “류현진을 받칠 수 있는 제2선발이 필요하다. 마구를 던지는 정민철은 너무 아슬아슬한 게 문제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승과 2점대 방어율로 화려하게 부활한 정민철은 그러나 올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주부터 부활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대전 LG전에서 5⅓이닝 4피안타 3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한 달여만에 선발승을 따낸 정민철은 2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선발등판했다. 경기 전 “나머지 경기가 다 취소돼 다른팀들이 여기만 보겠다. 투구폼이 읽힐까 겁난다”고 농을 던진 정민철이었지만 결과는 더 좋았다.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 지난달 21일 대전 우리 히어로즈전 이후 약 한달여만의 기록한 퀄리티 스타트였다. 비록 구원투수들이 리드를 날리는 바람에 승리는 무산됐지만 의미가 있는 투구였다.
이날 정민철의 철저하게 맞혀잡는 피칭을 펼쳤다. 1회말 1번 박한이와 2번 박진만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득점권 위기를 맞았으나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잘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 2·3·5·6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지난 LG전 이후 2경기 연속 탈삼진은 하나도 없었지만 오히려 철저하게 맞혀잡는 피칭으로 타선을 요리했다. 최고 구속은 142km밖에 되지 않았지만 108km 커브 등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마구로 불렸던 너클볼은 안 던졌다.
정민철은 “포수 (신)경현이 리드가 의외로 좋았다. 의외로 좋았다는 뜻은 그동안의 리드가 나빴다는 게 아니라 오늘따라 바깥쪽이 아닌 몸쪽으로 자주 요구한 것이 아주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다”며 공을 신경현에게 돌렸다. 그러나 그 순간 윤규진이 박한이에게 동점 홈런을 맞으며 정민철의 승리를 눈앞에숴 날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방어율을 5.31에서 5.08으로 낮추는 등 차차 안정돼 가는 것이 희망적이다. 베테랑 정민철이 한화 선발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