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무로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는 송강호(41)다. 흥행이 잘되고 연기도 최상급이니 캐스팅 제의가 줄을 잇는다. 톱스타들도 시나리오 받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송강호 만큼은 예외다. 그런 그가 한국영화 사상 첫 기록에 도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생애 두 번째 1000만 관객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가능할까? 송강호는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자신의 첫 1000만 관객 영화에 출연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과 '살인의 추억'(2003)에 이어 자신의 세 번째 흥행 대박 작품 '괴물'은 한국영화 최다관객 신기록을 세웠다. 한 두 번씩의 흥행 부진을 겪기도 하지만 2~3년 간격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게 그의 매력이다. 또 '우아한 세계' '밀양' 등 흥행과 별도로 작품적인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들에도 지속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올 여름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최신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을 들고 찾아왔다. '놈놈놈'은 개봉 4일만에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17일 개봉 첫 날에 40만명 관객을 불러모은 데 이어 지난 주말 전국 816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극장가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개봉 4일째 200만명 돌파는 올해 최고 흥행기록이고 역대 최다관객 한국영화인 '괴물'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는 속도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2006년 여름 개봉 2일만에 100만명, 4일째 200만명을 넘어섰다. '놈놈놈'은 개봉 3일째 10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따라서 '놈놈놈'의 천만 관객 돌파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의 초호화 캐스팅, 감각파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스피디한 추격전 영상이 입소문을 탄데다 막강한 배급력을 가진 CJ엔터테인먼트가 마케팅 등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제작비도 엄청나게 들였다. '괴물'이 순제작비 100억원을 들인데 비해 170억원을 투자한 '놈놈놈'은 800만명 이상이 관람해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 두 영화가 똑같이 칸국제영화제 상영 때의 기립박수를 이슈로 개봉전부터 바람몰이에 성공한 점은 아이러니다. 한국형 김치 웨스턴으로 불리는 '놈놈놈'은 1930년대 만주 벌판을 무대로 쫓고 쫓기는 일종의 서부 활극. 정체 불명의 보물지도 한 장을 둘러싸고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 분),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 분), 이상한 놈 윤태구(송강호 분)이 쉴 틈없는 총질로 스크린을 달군다. 스토리 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한 '놈놈놈'이 생기를 잃지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송강호의 농익은 코믹 연기 덕분. 특유의 시니컬한 미소와 찢어지는 음색으로 이상한 놈 태구를 연기한 송강호는 김 감독이 그의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작품 구상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실감나게 한다. 현재 천만 관객의 한국영화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등 모두 4편. 이들 영화의 주연 배우 가운데 두 편 이상에 출연한 배우는 아직 없다. '놈놈놈'이 천만 동원에 성공할 경우, 송강호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객 영화 두 편에 출연한 배우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mcgwire@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