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진갑용, 포수들의 보이지 않는 입담
OSEN 기자
발행 2008.07.21 14: 50

[OSEN=이상학 객원기자] 야구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포수와 타자가 만나는 홈플레이트는 그들만의 공간이다. 잘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보통 첫 타석 들어서기 전 타자들이 포수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일상적이다. 절친한 선수들끼리는 보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있으며 베테랑 포수들은 젊은 타자들을 제압하는 입담을 자랑한다.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이 같은 모습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심심찮게 포수와 타자간의 보이지 않는 대화와 신경전은 일어나고 있다. 한화 베테랑 포수 신경현은 지난 13일 우리 히어로즈와의 대전 홈경기에서 꿀밤을 한 대 맞았다. 한화 젊은 투수들에게 시어머니로 통하는 신경현에게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신경현보다 2살 더 많은 히어로즈 타자 송지만이 분을 삭이지 못한 표정으로 신경현을 가볍게 꿀밤을 줬다. 당시 송지만은 1-7로 뒤진 7회초 무사 1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난 상황이었고, 덕아웃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신경현을 발견하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하지만 포수 마크스 속 신경현의 표정은 웃는 낯이었다. 평소 무덤덤한 성격의 신경현이 미소를 짓는 것도 결코 자주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신경현은 당시 일에 대해 “(송)지만이 형이 그 전 타석과는 다른 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그날 지만이 형이 부진했는데 ‘방망이 바꾼다고 못 치는 타자가 갑자기 잘 칠 수 있겠냐’고 놀렸다. 지만이 형이 제대로 말려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신경현은 “친한 사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이후 지만이 형과 연락이 없없다”며 웃었다. 그러나 신경현은 “아시다시피 난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입담은 삼성의 안방마님 진갑용이다. 평소 남다른 친화력과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진갑용은 젊은 타자들을 괴롭히는 데 일가견있다. 군기를 잡는 것은 물론이고 살살 약 올리거나 신경을 긁는 능력도 뛰어나다. 가장 최근의 피해자는 한화의 ‘신흥 거포’ 김태완이었다. 김태완은 올 시즌 삼성전 15경기에서 51타수 9안타, 타율 1할7푼6리·2홈런·8타점으로 시즌 성적과 비교할 때 극도로 부진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진갑용은 시즌 초 김태완의 응원가가 원더걸스의 ‘텔미’를 개사한 것이라는 것을 간파한 뒤 김태완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응원가를 부르며 김태완을 흔들었다. 올해로 3년차밖에 되지 않은 김태완으로서는 대선배 진갑용의 놀림에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완은 결국 응원가를 바꿔줄 것을 호소했고 이후부터 응원가가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진갑용의 놀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당사자들은 말보다 웃음만 지을 뿐. 김태완은 씁쓸한 미소를, 진갑용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다음 사연이 더 웃기다. 평소 절친한 김태완이 당하는 것을 보다 못한 한화 외국인선수 덕 클락이 ‘응원가를 부르지 말라’고 한마디한 것. 하지만 그 때 홈플레이트를 지킨 포수는 진갑용이 아닌 현재윤. 현재윤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Why not?”. 진갑용에 가려져 있지만 현재윤도 입담이 대단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포수들의 보이지 않는 입답은 프로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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