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생애 첫 홈런을 기록한 백차승(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21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전이 끝난 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6⅓이닝 2실점 역투에 침묵을 깨는 좌월 투런홈런을 작렬한 덕에 충분히 주목을 받을 만했다. 백차승은 1-1 동점이던 5회초 상대 선발 제이미 가르시아의 한 가운데 직구에 왼발을 들어 타이밍을 조율한 뒤 온힘을 다해 풀스윙,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홈런 비거리는 123m. 웬만한 파워히터 만큼이나 공을 멀리 날려보냈다. 백차승의 홈런은 우연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에서만 줄곧 활약한 탓에 타격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실제 그는 부산고 재학 시절 팀내 에이스이자 최고 타자로 활약했으며, 3학년 때는 한 시즌 10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백차승의 타격 연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샌디에이고 동료들도 그의 숨겨진 파워를 잘 알고 있다. 주전 우익수이자 간판 타자인 브라이언 자일스는 과의 인터뷰에서 "백차승은 타격 연습 때 137m짜리 대형 홈런을 날린 적도 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백차승이 타격 시 한 다리를 들고 타이밍을 조절하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마치 홈런왕 왕정치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백차승은 이에 대해 "아시아에선 많은 타자들이 외다리 타법을 구사한다. 타격 밸런스를 잡아주고 파워를 향상시켜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세인트루이스 관중은 백차승이 홈런을 날리고 베이스를 돌자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평소 홈팀은 물론 원정팀 선수들에게도 야유를 자제하는 신사적인 모습과는 달랐다. 다이아몬드를 도는 백차승이 마치 약을 올리는 듯 천천히 움직이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러나 백차승이 스피드를 줄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담장을 직접 맞고 나오는 2루타인줄 알았다. 그런데 관중이 아쉬움의 탄성을 내뱉기에 그제서야 홈런인줄 알고 스피드를 줄였다. 곧바로 이어질 수비 때 또 공을 던져야 하므로 힘을 아껴야 했다. 그래서 베이스를 천천히 돌았다"고 설명했다. 비록 불펜이 리드를 지키지 못해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이날 경기는 충분히 고무적이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팀정비를 계획하고 있는 샌디에이고에서 백차승은 꾸준히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이날과 같은 호투를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팀내 입지를 든든히 굳히는 데 장애물은 없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