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그 많던 한화 불펜이 차례로 쓰러지고 있다. 윤규진·마정길·구대성 등 시즌 초 또는 복귀 초 좋은 활약을 펼친 불펜투수들이 계속된 연투에 지친 나머지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화는 또 하나의 진주를 발굴했다. 바로 고졸 2년차 우완 정통파 김혁민(2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성남서고를 졸업한 뒤 2차 1번으로 한화에 입단한 김혁민은 2년차가 된 올해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1군에서 2경기에서 승패없이 방어율 5.40을 기록한 김혁민은 대신 2군에서 실전에 부딪치며 기량향상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한화 2군에서 가장 많은 투구이닝(96⅓)을 던진 투수가 바로 김혁민이었다. 올 시즌에도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하며 1군을 오르내렸던 김혁민은 지난달 16일 1군 복귀 후 붙박이로 자리를 굳혔다. 올 시즌 성적은 23경기 등판, 3승2패 방어율 3.38. 지난달 1군 복귀 후 쌓은 데뷔 첫 승과 첫 패를 기록할 정도로 중용됐다. 김혁민은 “지난해 2군에서 많이 던진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혁민은 “비록 1군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2군에서 시간과 여유를 갖고 많이 던지면서 깨우쳤다. 스스로 등판을 자청할 정도로 많이 던졌다”고 말을 이었다. 김혁민은 “지금 1군에서는 직구·슬라이더 위주로 던지고 있다. 하지만 2군에서는 체인지업·커브·투심 등을 연마하고 던졌다. 그런데 아직 1군에서 쓸 정도로 좋지 않다. 변화구를 더 연습해 하나쯤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시즌 초 패전처리에서부터 점점 더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하고 김혁민은 그러나 고졸 2년차 어린 투수답지 않게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긴장되고 그랬지, 자주 나서다 보니 위기 상황도 아무렇지 않다. 우리팀에 좋은 수비수들이 있어 너무 든든하다”는 것이 김혁민의 말이다. 김혁민은 소방수에 대한 동경이 있다. 김혁민은 “보직을 신경 쓸 처지는 아니지만, 마무리에 조금 더 마음이 간다. 물론 선발도 좋다. 어느 보직이든 가리지 않고 팀을 위해 등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어린 김혁민에게 베테랑 투수들이 많은 한화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김혁민은 오히려 기회로 생각했다. 김혁민은 “선배들에게 배우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배울 게 많은 분들이다. 특히 최영필 선배님이 야구장 안팎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위기 상황에서 대처방법이나 퀵모션을 강조하시고, 여러 가지를 직접 가르쳐 주신다. 포수 신경현 선배님도 보기와 다르게 잘해주신다”고 웃었다. 그 순간 옆을 지나가던 신경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김혁민을 바라봤다. 입단은 1년 늦었지만, 동갑내기인 류현진과도 친한 사이다. 그런 김혁민이 류현진에게 부러운 것이 있으니 바로 체중이다. 김혁민은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서 고민이 많다. 밤에 컵라면을 몇 개씩 먹어도 안 찐다. 조금만 먹어도 살찌는 (류)현진이가 부러운 것도 있다”고 웃으며 털어놓았다. 김혁민은 “살이 찌지 않아서 걱정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밸런스인 것 같다. 이상군 투수코치님 지적대로 무게중심을 뒤에 둔 채로 투구폼을 간결하게 했다. 웨이트는 많이 하지 않지만 러닝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김혁민이 확실히 많이 성장했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상군 투수코치도 “힘과 체력을 키우면 더 좋아질 수 있는 재목”이라고 거들었다. 김혁민은 “프로에서는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 이번에 잡은 1군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한화 마운드에 새로 피어오르는 꽃이 얼마나 아름답게 만개할 수 있을지 한화팬들의 기대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