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 환경이 변하면서 스태프들의 역할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새롭게 탄생한 용어가 크리에이터이다. 드라마를 집필하지는 않지만 집필 과정에 참여하는 작가들을 지칭하는 국내 용어가 뚜렷하지 않았다. 때문에 ‘크리에이터’라는 용어가 국내에서도 탄생했다. ‘크리에이터’는 시즌제 도입이 활성화된 미국에서 도입된 방식으로 극의 주요 흐름을 책임지는 작가와 매회 에피소드를 작성하는 작가가 여러명 존재하며 협업으로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월요일 방송되는 KBS 2TV ‘최강칠우’와 SBS ‘식객’에는 2명 이상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최강칠우’는 총 4명의 작가가 각 회의 에피소드를 대본으로 작성하면 백운철 작가가 이를 최종 정리한다. ‘식객’은 최완규 작가와 박우정 작가가 공동집필한다. 최완규 작가가 이야기의 큰 흐름을 잡고 박우정 작가가 살을 덧붙이는 형식이다. 두 작품 모두 하나의 큰 이야기 흐름을 갖고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풀어간다. 크리에이터 형식을 도입해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 제작 환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두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나뉜다. ‘식객’은 매회 호평 받으며 20%가 넘는 시청률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최강칠우’는 10%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한 채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두 드라마의 인기가 이렇게 나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크리에이터 시스템 도입이다. 크리에이터의 자질을 논하기에는 어패가 있다. ‘식객’은 워낙 원작 만화 스토리가 치밀하고 탄탄하게 구성돼 있어 영화, 드라마로 만드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최강칠우’는 역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에피소드를 창조해낸다.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식객’이 매회 에피소드로 감동을 전하는 반면 ‘최강칠우’는 엉성한 스토리 전개, 결말로 아쉬움을 남겨 줬다. 하지만 이 역시 크리에이터 시스템의 문제점이다. 작가들의 역량이 미흡하고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면 극의 완성도를 떨어트릴 뿐 미드식 시스템 도입에 의미가 없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식객’의 김래원, 권오중, 김소연 등 주연 배우들의 호연과 최불암, 정진, 심양홍 등 노련한 연기자들 덕에 극의 재미가 배가 된다. 하지만 ‘최강칠우’는 에릭의 연기 논란부터 구혜선, 이언, 유아인 등의 연기력 논란 혹은 캐스팅 논란으로 극의 몰입이 방해된다. ‘식객’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데는 ‘사진제작’ 시스템 도입이 큰 몫을 했다. 제작진은 “사전제작을 배우들은 오히려 더 힘들어 한다. 중간 중간 촬영이 중단되면 연기 맥이 끊어지고 촬영량도 많아지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하지만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드라마 질이 확 달라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식객’은 4계절이 배경이 되고 배우들 역시 직접 요리 실력을 키워 현실성을 더했다”며 사전제작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최강칠우’는 급박하게 진행되는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이 강행군하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게다가 무협사극이라는 특성상 한여름에도 한복을 입고 로케 촬영이 다반사여서 어려움은 가중된다.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사지 못하고 있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