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한화 외야수 연경흠(25)은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한 방송사의 선발 라인업 자기소개에서 연경흠은 “한화의 완소남”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의외의 활약을 펼친 연경흠에게 완소남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연경흠은 “그 때 그렇게 말한 후 여기저기서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며 지금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후회하고 있다. 그렇다면 완소남 대신 훈남은 어떨까. 그의 사연을 들어보면 수긍하게 될 것이다. 첫 번째 사연은 백혈병 어린이 돕기. 연경흠은 지난달 지역방송 아나운서를 통해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황인영군을 소개받았다. 라디오방송 중 인터뷰로 원래는 류현진과 연결되기로 됐는데 류현진이 전날 선발로 던진 후 피칭훈련을 하는 중이라 대타로 연경흠이 대신했다. 연경흠은 황군을 위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고, 이후에도 따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힘을 보태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황군에게 연경흠이 보내는 격려의 한마디와 플레이 하나 하나가 큰 힘이 되고 있다는 후문. 연경흠은 “얼떨결에 인연이 맺어졌지만 인영이와의 인연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백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어린 친구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도 인영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인영이가 하루빨리 빨리 아픈 것 다 낫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경흠은 ‘베이브 루스처럼 예고 홈런을 치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쑥스러워 하며 “난 그 정도 능력이 되지 못한다. 인영이에게 미안하다”고 웃어보였다. 두 번째 사연은 2군 선수단에게도 돌린 선물이다. 연경흠은 지난 13일 우리 히어로즈전에서 수훈선수로 선정된 후 받은 상금으로 선수단에 고급커피를 쐈다. 개막 5연패를 당한 후 김인식 감독이 선수단을 단체 집합시켜 선수들이 돌린 커피를 두고 “양이 너무 적어”라고 한 후 한화 선수들은 고급커피를 돌리는 것이 일반화됐다. 그런데 연경흠은 1군 선수들 것뿐만 아니라 2군 선수단에도 고급커피를 돌렸다. 구단 관계자는 “지금껏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며 놀라워 했다. 이에 대해 연경흠은 “그동안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들을 배운 곳이었다. 그곳에 있는 코치님과 팀 동료들에게도 선물을 돌려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2군 선수들도 다 같은 동료들이다. 언젠가 내가 1군에서 수훈선수가 되면 2군 동료들에게도 한 턱 쏘고 싶었다. 뙤약볕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는가. 2군 선수들이 문자로 고맙다는 메시지를 많이 보냈다. 돈이 좀 들었지만 그래도 반은 남았다”며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올해로 3년차가 된 연경흠은 올 시즌 27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4홈런·6타점·12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1군 복귀 이후 타율 2할9푼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붙박이로는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대타타율이 7할5푼이나 될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연경흠은 “어떤 상황에서든 그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어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훈남’ 연경흠의 의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