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이겼으니까 만족해요". 시즌 12승을 놓친 SK 김광현(20)의 표정은 의외로 씩씩했다. 김광현은 22일 문학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7피안타 5삼진 2볼넷으로 3실점한 뒤 3-3으로 팽팽하던 7회 마운드를 내려와 결국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9일 문학 삼성전에서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11승을 따낸 이후 두 경기 연속 헛심을 팔았다. 그나마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2⅓이닝 동안 5실점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것은 큰 수확이었다. 가르시아에 맞은 3점포 한 방이 컸다. 김광현은 1-0으로 앞선 4회 2사 1, 2루 상황 볼카운트 1-1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손에서 살짝 빠지며 실투로 연결됐다. 가르시아 입장에서는 138km짜리 구속에 겁없이 가운데 몰린 공이 딱 치기 좋은 볼이었다. 결국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 스리런포로 연결됐다. 김광현은 경기 후 "실투였어요"라며 "오늘 직구가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슬라이더 비율을 높일 수 밖에 없었어요"라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두 구종이 모두 잘 들어갔다면 몰라도 타자 입장에서는 슬라이더만 노리고 들어오니 전보다 편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가르시아와는 악연을 만들고 말았다. 김광현은 지난 5월 25일 문학 롯데전에서도 가르시아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그것도 2-1로 앞선 5회 역전 우중월 만루포였다. 다행히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투수가 되진 않았지만 팀은 5-7로 패하며 시즌 세 번째 3연패에 빠졌다. 결국 가르시아에게만 두 경기에서 홈런 2방으로 7타점이나 내줬다. 다행히 김광현은 팀의 에이스답게 두둑한 배짱을 내보였다. 김광현은 "그럴 수도 있죠뭐. 그래도 잘 던졌잖아요. 팀도 이기고"라고 애써 태연한 표정이었다.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확정 이후 평소보다 부진한 것에 대해서도 "이제 두 경기 했을 뿐인데요"라며 오히려 당찬 자신감을 내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끝까지 의연한 자세를 고수하던 김광현도 결국은 고개를 떨궜다. "그렇지만 감독님에게 신뢰를 잃을 것 같아요"라며 한숨을 내쉰 김광현은 KIA 윤석민이 승리투수가 돼 자신과 다승 공동 선두가 됐다는 소식에 또 다시 깊게 숨을 들이마시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날은 자신의 20번째 생일이었다. 김광현의 팬클럽은 경기 전부터 오른쪽 외야에 대형 플래카드를 거는가 하면 40여 개의 선물 박스 만들어 팀 동료들에게 돌렸다. 박스는 김광현이 좋아하는 풍성한 간식거리로 포장됐다. 이에 김광현은 '생일날 팬들이 승리를 따내길 학수고대 했을텐데'라는 말을 들은 직후에는 아예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다. "팬들보다 제 맘이 더 아파요". 결국 승리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이 '약관'의 나이에 한 팀을 책임지는 '에이스 투수 김광현'로 거듭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