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그을린 얼굴이었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한 달전 어깨 통증으로 인해 실전 피칭을 하지 못하며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던 이승학(29. 두산 베어스)은 통증이 사라졌다는 데 대한 해방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학은 지난 22일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2군과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68개를 던지며 4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로 예전의 구위를 되찾음을 증명해 보인 값진 피칭이었다. 6년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해외파 특별 지명 절차를 거쳐 두산에 입단한 이승학은 2007시즌 33경기에 출장해 7승 1패 2홀드 방어율 2.17로 호투하며 계투진에 힘을 보탰다. 올시즌에는 양적으로 풍부해진 두산 선발진서 4선발로 기대를 모았으나 기복을 타는 피칭을 선보이며 7경기에서 3승4패 방어율 5.40을 기록한 뒤 지난 5월 어깨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갔다. 23일 이천에서 만난 이승학은 비가 오락가락하던 음침한 날씨와는 달리 한결 밝은 표정을 보여주었다. "2군에서 잘 던졌을 뿐인데요"라며 겸손하게 이야기한 그는 "실전 감각이 부족해 변화구 구사력을 완벽하게 되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변화구 구사는 계속 던지다보면 감을 찾게 마련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며 의연함을 보여주었다. 지난 시즌 이승학의 피칭에 대해 두산 코칭스태프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릴리스포인트를 갖췄으나 직구보다는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려고 한다'라고 평가했다. 이승학에게 이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는 "직구 위주의 과감한 피칭도 중요하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변화구 컨트롤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아직 다음 등판이 언제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27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이야기한 이승학은 "직구 구속이 예전만큼 올라왔다는 것보다 던질 때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기분이 좋다. 재활 훈련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고 있는 것 같다. 트레이너에 감사한다"라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겨우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 2008시즌을 준비해 왔던 이승학에게 부상으로 인한 2군행은 커다란 아쉬움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그는 "스프링캠프서 2000개가 넘는 공을 던지는 등 야구 인생에 있어 가장 열심히 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부상으로 상당한 기간을 2군에서 소요하게 돼 안타깝다"라며 아쉬움을 내비췄다. 1군 복귀 시 상대 타자들에 대한 대비책 등을 묻자 그는 "투수와 타자는 서로 노력하면서 눈에 보이는 단점들을 고치기 위해 애쓴다. 물론 예전부터 지니고 있던 습관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약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야구가 아닌가.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불태웠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다부진 눈빛은 그의 굳은 의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지난 시즌 안정된 제구력과 탁월한 변화구 구사력으로 두산 투수진에 큰 힘이 되었던 이승학의 2008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farinelli@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