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여자’ 가해자는, 인간 내면 속 ‘편견과 욕심’
OSEN 기자
발행 2008.07.24 10: 15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여자’(김인영 극본, 배경수 연출)가 주는 재미가 점입가경이다. 드라마의 흥행성을 말해주는 계량화된 수치가 어느덧 20%(23일 방송분 시청률,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를 찍었다. 첫 회 시청률 7.6%에서 시작해 20% 선을 돌파하는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을 들여다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최근 시청자들은 엄청난 정서적 혼란을 겪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가 뒤죽박죽이 돼 도대체 어느 인물에다 교감의 뿌리를 뻗어야 할지 헷갈리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언니에게 버림받은 사월(이하나 분)에게로 쏠렸던 동정심이 어느 순간 도영(김지수 분)에게 몰리고 있다. 언니를 용서 못하고 과거를 보상받고자 하는 사월의 행동을 ‘악녀적 본성’으로 해석하는 이까지 나올 지경이다.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 구조, 탄생의 비밀과 복수라는 통속적인 시각으로는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그 무엇이 ‘태양의 여자’ 속에 있다. 그 해답을 찾으려 안달난 조바심이 시청자들을 하나둘씩 TV 수상기 앞에 앉게 했다. 드라마가 막바지를 향해 치달으면서 ‘누가 가해자인가’에 대한 해답은 조금씩 형체를 보이기 시작했다. 싱겁게도 최초의 가해자는 인간 내면에 있었다. 최정희 교수(정애리 분)로 형상화 된 사회적 편견과 욕심이었다. 최 교수는 나이 어린 도영에 내면에 숨어 있는 범죄적 본성을 일깨웠다. 툭하면 내던졌던 “고아원으로 돌려 보내겠다”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깊게 도영의 가슴에 대못처럼 박혔는지 20년 비극의 세월이 지난 뒤에도 최 교수는 뉘우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도영의 아버지, 신수호(강인덕 분) 만이 그 원죄와도 같은 죄악을 깨우치려 노력하지만 주변 인물들은 귀를 막고 있다. 입양아와 친자를 차별해서 바라보던 사회적 편견은 20년 뒤 수습 불가능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했다. 도영과 지영의 갈등에는 욕심이라는 그늘이 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친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할 줄 알았던 지영, 모든 것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위험신호를 본능처럼 읽고 행동했던 도영, 모두 이기심에서 비롯된 악행들을 저지르고 있었다. 도영은 자신의 과거가 다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변명하기에 급급하고 있고 준세(한재석 분)와 동우(정겨운 분)를 향한 이성적 감정까지 사무친 사월은 점점 복수의 화신으로 변해가고 있다. 물론 이 드라마는 가해자가 드러났다고 해서 갈등이 쉬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갑자기 헛구역질을 한 도영에게 혹 무슨 몹쓸 병이 생겼을 수도 있고, 과거를 반성하고 있는 재벌 회장님 윤주상이 도영을 찾아 참회할 일도 남아 있다. 어떤 결말을 택하든 과거에 의해 조절되는 현재의 비극은 모두에게 깊은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람들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그 녀석은 인내심이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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