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명 건강컬럼] 2주전 과민성 대장 증후군 치료를 위해 내원한 한 여성 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가 처음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을 겪은 것은 1년전. 여느 환자와 마찬가지로 변비와 설사, 복통이 교차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이 시작되어 속된말로 ‘미칠 지경’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처음에는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몰라 변비약, 지사제, 진통제를 달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발도 받지 않고 오히려 증상만 더 심해져 어딘가 오래 앉아 있는 것조차 두려울 지경이라고 했다. 증상들 중 이 환자가 가장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무언가 자신의 배를 후벼대는 듯한 복통의 압박이었다. 처음에는 아랫배가 땡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가, 날카로운 무언가가 아랫배를 쑤셔대는 고통도 따라왔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설사의 기미가 나타나면 이 증상들이 모두 나타나 ‘죽을 맛’이 어떤 것인지 체험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비로소 자신의 질환이 무엇인지 알았을 때는 복통이 아랫배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등으로까지 올라오는 심각한 상황까지 넘어가고 있었다. 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문득 ‘아무리 사람의 병이 위중하다 할지라도 남의 고통은 자신의 고뿔보다 못하다’란 소설 동의보감의 내용이 생각났다. 전문의로서 환자들을 진료하다보면 백명 중 백명 모두가 자신의 증상이 심하고 그 고통이 가장 심각하다고 말한다. 특히,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장 질환, 쉽게 말해 ‘배 아픔’과 관련된 모든 증상이 장마철 게릴라성 폭우처럼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에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변비, 설사 등의 증상도 처음에는 ‘화장실로 가는 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결국 환자들은 이것 조차 복통으로 느끼고 매우 큰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랫배에서 시작했다가 심할 경우 왼쪽 배로 넘어가게 되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최고조에 오르면 배는 물론 등으로까지 고통이 확대되니 환자들이 느끼는 것은 말로 표현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질환이 확대되면 허리가 시큰 거리는 것은 물론 밤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생긴다. 단순히 ‘배가 아프네?’라고 생각하고 약국에서 가볍게 약으로 끝내려다간 병을 키우는 것이다. 설사, 변비는 물론 심한 복통 때문에 몇 달 동안 고생하고 있다면 스스로 의심을 해봐야 한다. 하루에 한번 화장실 갈 때만 느끼는 ‘아랫배의 아픔’을 몇 달 동안 참고 다니는 것. 그리고 무조건 참고 넘기다가 그 고통의 강도가 커지면 결국 본인의 손해인 것이다. [글 :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OSEN=생활경제팀]osensta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