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은 조연이 있기에 빛난다. 24일 20회로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스페셜 ‘일지매’ 또한 그 같은 점을 여실히 증명했다. ‘일지매’의 주인공 이준기는 이번 드라마에서 영화 ‘플라이 대디’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문식과 부자지간으로 다시 만났다. '일지매'의 인기 요인에는 이 같은 두 사람의 연기 시너지가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준기는 극중 겸이와 용이라는 한 인물이지만 두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 배역을 연기해야 했다. 장터에서 껄렁하게 노는 용이라는 인물을 연기 할 때는 코믹 연기를, 아버지의 살해를 목격했던 비극적 운명의 겸이를 연기할 때는 비장감이 배어 있는 톤의 연기가 필요했다. 그런 상반된 연기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배역을 위해 성한 앞니까지 빼며 열연한 이문식의 연기 뒷받침에 있었다. 어린 용이를 데려다 진정한 가슴으로 키우는 양아버지 쇠돌 역을 연기한 이문식은 이준기가 코믹 연기를 할 때에는 코믹성이 더 강하게 드러나도록 장단을 맞췄고, 비장하고 슬픈 연기를 할 때에는 더 슬프게 보이게끔 연기했다. 반대로 이문식의 감동적이고 코믹한 연기 또한 이준기라는 스타성을 가진 배우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더 빛을 발했다. 17회분에서 이문식이 이준기 대신 '일지매'로 변장했다가 죽음을 맞고 결국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되자 많은 시청자들이 안타까운 목소리를 낸 것도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데 있었다. 또한 '일지매'에서는 이문식 이외에도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들이 무궁무진했다. 이원종, 안길강, 김창환, 김성령, 김무열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문식이 ‘일지매’를 선의 편에서 뒷받침한다면 변식 역의 이원종은 반대편에서 ‘일지매’를 뒷받침했다. 인조(김창환 분)의 심복이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변식을 연기한 이원종은 때로는 악랄하지만 때로는 재미있게 극을 이끌었다. 이준기의 무술 스승인 안길강 또한 딸 봉순(이영아 분)과의 호흡으로 웃음을 주면서도 파워풀한 무예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고, 단이 역의 김성령 또한 쇠돌 역의 이문식과의 로맨스로 드라마에 웃음을 더했다. 주연은 아니지만 주연을 더 돋보이게 하는 빛나는 조연들의 맹활약. 바로 ‘일지매’를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한 요인이 됐다. yu@osen.co.kr '일지매' 주인공 이준기와 양아버지 쇠돌 역을 연기한 이문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