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히터 김현수, "최고타자? 한참 멀었다"
OSEN 기자
발행 2008.07.25 08: 08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23일 대전구장. 이병훈 KBS N 야구 해설위원이 김현수에 대해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보다 미래가 밝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올해로 만 20세에 불과한 젊은 외야수에게는 매우 당연한 칭찬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두산 김경문 감독은 “야구는 모른다. 올해 잘해도 내년에 갑자기 못할 수도 있다.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튿날인 24일. 김현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3~4년 정도 꾸준하게 잘해야 최고타자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직 최고타자는 한참 멀었다”는 것이 김현수의 말이었다. 올해로 고졸 3년차. 신고선수 출신으로 풀타임은 이제 겨우 2년째밖에 되지 않는 어린 선수이지만 김현수는 의연했다. 25일 현재 김현수는 타율 3할4푼6리로 리딩히터 자리를 꾸준하게 지키고 있다. 안타도 무려 111개를 터뜨리며 최다안타 부문 1위에 랭크돼 있다. 출루율마저 4할5푼3리로 전체 1위. 현재 페이스를 시즌 막바지까지 이어간다면 타격·최다안타·출루율 등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한화 김태균이 홈런·타점·장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김현수도 그에 못지않은 기록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자만하지 않았다. 김현수는 김태균과 함께 최고타자로 거론된다는 주위의 칭찬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현수는 “(김)태균이 형을 나하고 비교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 나는 이제 겨우 시작하는 선수이지만 태균이 형은 몇 년째 쭉 잘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태균이 형은 홈런을 잘 친다. 공을 띄우는 기술이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현수는 “대전구장이 작아서 홈런을 많이 치는 게 절대 아니다. 그만큼 공을 띄우는 타격기술이 좋기 때문에 홈런이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수는 “나도 태균이 형이랑 덩치는 비슷한데 홈런개수에서는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스타일이 다르다기보다는 타격기술과 레벨 자체가 다르다”며 좀처럼 겸손을 잃지 않았다. 김현수는 “나도 홈런을 많이 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리딩히터답지 않은 고민도 털어놓았다. 그러나 홈런이 5개에 그치고 있는 것에 대해 김현수는 “타율에 더 많은 신경을 쓴 것도 있지만 결국 기술의 차이다. 아직 홈런치는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도 일전에 “현수가 타율도 좋지만 홈런을 많이 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현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홈런 자체를 떠나 김현수의 꾸준함은 올 시즌 리그 전체 타자 가운데 가장 좋다. 월간 타율이 3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렇다 할 슬럼프없이 꾸준하게 때리고 있다. 김현수는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치다보니 잘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풋풋한 맛이 많이 난다. 하지만 곧 김현수는 “이제 곧 타율이 떨어질 때가 됐다. 아마 타격왕은 전준호 선배나 (이)진영이형이 차지할 것이다. 최다안타는 (이)용규형, 출루율은 박재홍 선배가 추월할 것이다”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개인 타이틀 하나하나에 결코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어리지만 결코 어리지 않은 김현수에게는 그 흔한 라이벌조차도 없다. 김현수는 “나에게 라이벌은 없다. 괜히 라이벌을 만들어서 뭐하겠는가. 라이벌이 있으면 상대 선수 기록에 신경쓰게 된다. 내 것 하기에도 바쁜데 남의 것까지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수비도 주루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김현수는 “아직 외야수비가 많이 부족하다. 감독님께서 펜스가 없는 것처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펜스에 대한 거리감각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루도 4월에만 다하고 말았다”며 웃었다. 김현수는 “이제 겨우 3개월 잘했는데 뭐가 대단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건 20살이 아니라 20년차에 어울리는 말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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