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30대 중반이면 은퇴 직전이었다. 심지어는 언론에서 30대 초반 선수들에게도 '노장'이라는 소리가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러면 선수들은 '노장은 아니다. 노장보다는 베테랑으로 해달라'며 억울해하기도 했다. 그게 불과 10여년 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30대 중반이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나이대가 됐다. 나아가 송진우(42.한화), 김동수(40), 전준호(39.이상 우리), 양준혁(39.삼성) 등 40대까지도 전성기를 무색하게 할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주춤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 아직도 펄펄해 앞으로 수년은 더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30대 중반 선수들까지 거론하면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10년전만 해도 드물었던 30대 중후반 선수들이 이처럼 부쩍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1999년 도입된 '프리 에이전트 제도(FA.자유계약선수제도)'의 도입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다. FA 대박계약이 쏟아지면서 선수들이 몸관리에 철저해졌고 그에 따라 선수생명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경험이 돈이다 FA제도가 도입되면서 선수들은 '돈방석'에 앉는 경우가 많아졌다. 9년간 꾸준히 몸관리를 잘하고 호성적을 내면 수십억원의 몫돈을 움켜쥘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수들은 자기관리에 철저해졌다. 예전에는 새벽까지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려 술마시며 이슬을 맞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술담배를 멀리하는 대신 훈련에 정진했다. 은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역시절 돈을 모아야 한다는 인식을 선수들 스스로 갖게 된 것이다. 프로야구 초창기 스타출신이 대부분인 코칭스태프들은 "요즘 선수들은 우리 때와 확실히 다르다. 이제는 알아서 훈련을 하고 몸관리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너무 몸관리에 신경을 쓴 나머지 조금만 아파도 몸을 사리고 뛰지 않으려는 점은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튼 베테랑들은 몸관리도 잘하면서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제2의 전성기를 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경험이 많아 실전에서 투수들이나 타자들과 대결할 때 유리하다는 평이다. "베테랑들은 경험을 통해 한 시즌을 꾸려나가는 노하우가 있고 상대와 대결할 때 수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노련함이 신예들의 패기를 앞서고 있는 셈이다. ▲베테랑을 뛰어 넘는 유망주가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FA 효과'보다 더 큰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베테랑들을 두고 일부에서 '언제적 선수들이 지금도 뛰고 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들을 뛰어넘는 신예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진호 LG 트윈스 수석코치는 "미래가 밝은 젊은 선수가 부족하다. 야구 꿈나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반영되는 듯 하다"며 베테랑 전성시대의 한 요인으로 '유망주 부족'을 꼽았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미 고교야구 등에서는 선수들의 '투수선호 현상'이 두드러져 쓸만한 야수가 부족하다고 한다. 나아가 유소년 야구는 선수부족으로 팀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산아제한으로 외동자녀가 많아지면서 '소황제' 로 불리우는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도 대부분 아이를 한 명 정도로 적게 낳는 시대가 되면서 부모들이 예전처럼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자녀가 두 세명씩 되다보니 '한 명은 공부, 한 명은 운동' 등으로 다양하게 진로의 폭을 넓힐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달랑 한 명이다보니 대부분이 운동보다는 공부에 더 열중시킨다고 한다. 여기에 유관단체들의 유소년 야구 지원금 등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어서 한국야구의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지금은 베테랑 선수들이 '살아있는 전설'로 팬들의 관심을 붙잡고 있지만 하루빨리 유소년 야구 중흥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한국야구가 인기를 구가할지는 미지수이다. 야구계가 베테랑 전성시대에 안주하지 말고 백년대계를 준비해야할 때이다. 또 신예 선수들도 패기넘친 플레이로 베테랑들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야구는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sun@osen.co.kr 투타 각종 신기록을 경신하며 '살아있는 전설'로 맹활약하고 잇는 송진우와 양준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