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문식, “‘일지매’ 일등공신? 그냥 운이 좋았을 뿐”
OSEN 기자
발행 2008.07.26 16: 55

‘일지매’ 쇠돌 역을 위해 생 앞니까지 뽑았다. 배우가 역을 위해 희생한다는 건 당연한 논리지만 멀쩡한 이, 그것도 앞니를 뽑는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을 가지지 않고서야 엄두가 나지 않는 일. 드라마 ‘일지매’ 이용석 PD는 이까지 뽑아가며 열연한 이문식 덕분에 ‘일지매’가 결정적으로 잘됐다고 공을 돌린다. 그런데 이 연기파 배우 이문식, ‘일지매’가 성공한 것이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웃고 만다.
연기자라면 당연히 그 배역에 충실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배우 이문식(41)을 25일 ‘일지매’ 종방연 자리에서 만났다.
가까이 갈수록 멀어지는 당신, ‘쇠돌’
그의 앞니 발치는 2003년 퓨전사극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다모’에서 연기한 마축지 역과 ‘일지매’의 쇠돌 캐릭터가 혹시나 비슷하게 보이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에서 시작됐다.
“쇠돌이 역이 ‘다모’의 마축지 역과 비슷해질까 우려했어요. 차별성을 꾀하려면 어떻게 할까 골똘히 생각하다 감독님한테 ‘이를 뽑아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죠.” 그저 농담이겠거니 하던 이 PD는 어느 날 보게 됐다. 진짜 앞니를 뽑아버린 이문식을.
“배우라면 당연히 자신의 배역에 충실해야 해요. 그것이 이를 뽑는 것이든 그 이상이든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한다고 해도 100% 가까이 갈 수는 없어요. 70% 정도까지 보여줄 수 있는 거죠. 다만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한다는 자체가 중요한 거라 생각해요.”
100% 보여주려 했지만 70%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연유에는 한 발짝 다가가면 어느새 한걸음 물러나 있는 캐릭터 ‘쇠돌’에게 있었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에 많은 연구를 거듭했어요. 밥 먹는 모습부터 걸음걸이까지, 하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이상하게도 점점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시청자들은 7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던, 그가 살신성인해 연기한 쇠돌 역을 주인공 이준기만큼이나 사랑했다. 말하자면 주연만큼이나 빛난 조연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운이 좋다”고만 한다. “극 전개 상 쇠돌 캐릭터는 일지매를 빛나게 하는 조연 역할이에요. 입체적인 주연 캐릭터에 비해 조연은 단순하게 그려지는 측면이 강한데, ‘쇠돌’의 경우 조연임에도 인물의 성격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었죠.”
‘태백산맥’ ‘타오르는 강’ 보며 전라도 사투리 연습
이를 뽑는 것은 그저 일부분에 불과했다. 밥상의 양념처럼 ‘일지매’에서 간간히 웃음의 간을 더하던 쇠돌이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또한 그의 무수한 노력에서 태어났다.
“‘태백산맥’(조정래 作), ‘타오르는 강’(문순태 作) 등 소설책을 통해 사투리를 연습하고 그런 어투가 나오는 정서를 이해하려 노력했어요.” 이문식은 이어 “전라도 사투리 하면 소박하고 구수한 매력이 있어요”라며 직접 사투리를 선보여주기까지 한다. 웃음이 터져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쇠돌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용이(이준기 분)와 시후(박시후)다. 우연찮게 이문식도 각각 3살, 2살인 아들 둘이 있다. “키우다보니 아버지의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낳은 정도 크지만 기른 정도 크다고 생각해요. 쇠돌이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이준기 반짝 스타 아냐…굉장히 열정적인 배우
‘일지매’의 주인공 이준기는 영화 ‘플라이 대디’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문식과 이번 드라마에서 부자지간으로 다시 만났다. '일지매'의 인기 요인에는 이 같은 두 사람의 연기 시너지가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준기의 극중 용이와 겸이의 상반된 연기가 가능했던 것도 바로 이문식의 연기 뒷받침에 있었다. 이문식은 이준기가 코믹 연기를 할 때에는 코믹성이 더 강하게 드러나도록 장단을 맞췄고, 비장하고 슬픈 연기를 할 때에는 더 슬프게 보이게끔 연기했다.
반대로 이문식의 감동적이고 코믹한 연기 또한 이준기라는 스타성을 가진 배우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더 빛을 발했다.
“처음엔 몰랐어요. 캐스팅 된 후 나중에 이준기가 출연한다는 걸 알게 됐죠. 너무 반가웠어요. 나 또한 ‘쇠돌’ 역을 연기하면서 이준기에게 많은 열정을 받았고, 그 점은 이준기 또한 마찬가지예요.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어 후배 이준기의 연기 열정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플라이 대디’ 때도 느꼈지만 또래 젊은 배우치고 열정이 대단해요. 물론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또한 열정이 있겠지만, 이준기는 반짝 스타라고 할 수 없을 만한, 그 뒤로 숨겨진 배우로서의 열정이 굉장해요.”
코미디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기 세계 도전하고파
이문식은 코믹과 진지를 넘나드는 연기를 해왔지만 유독 코미디물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 각인됐다. “부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연기자가 어느 특정 분야에만 도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라면 어떤 역이든 소화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쇠돌’역을 통해 잃었던 앞니는 8월 중 하게 되는 임플란트로 새 이를 얻게 된다. 오는 9월에는 새 영화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가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캐릭터와는 또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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