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이상학 객원기자] “정민철이가 정말 잘 던졌는데…” 한화 김인식 감독이 극적인 9회 대역전승에도 불구하고 활짝 웃지는 못했다.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했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17년차 베테랑 우완 정민철(36)이 못내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2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한화는 9회말에만 안타 6개로 대거 4득점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5-3으로 대역전승했다. 그러나 이날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선발 정민철은 승패와 무관했다. 정민철은 2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7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지만 팀 타선과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시즌 7승 수확에 실패했다. 지난 5월22일 잠실 두산전(125개) 이후 올 시즌 가장 많은 총 투구수(104개)를 기록하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승리와 끝내 인연이 닿지 못했다. 이날 정민철의 피칭은 최근 상승세를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에 그쳤지만, 최저 106km 커브를 비롯해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잘 던지며 롯데 타선을 제압했다. 104개 가운데 직구는 32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그 대신 커터·슬라이더·커브·포크볼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효과적으로 끄집어냈다. 특히 지난달 27일 문학 SK전과 함께 올 시즌 가장 많은 탈삼진 5개를 잡아낼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변화구로 잡은 삼진도 3개지만 직구로 정면승부하며 돌려세운 삼진도 2개였다. 또한, 아웃카운트 18개 가운데 외야로 벗어난 타구는 3개밖에 없을 정도로 전반적인 볼끝에도 힘이 있었고 제구도 좋았다. 그러나 이날 정민철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5회말 1사 후 박기혁에게 2루타를 맞았는데 3루수 이범호를 맞고 좌측으로 굴러간 타구가 장타로 연결됐다. 그 전에 불규칙 바운드가 한 차례 일어난 것도 좋지 않았다. 결국 김주찬에게 깨끗한 안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줬다. 하지만 더 나쁜 것은 2점째 실점 때였다. 2사 1·3루에서 이대호를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감하는가 싶었지만 그만 2루수 한상훈이 공을 더듬다 실책을 저질렀고 그 사이에 3루 주자 김주찬이 홈을 밟았다. 비자책점이었다. 경기 후 김인식 감독은 “오늘 정민철이 정말 잘 던졌다. 선수들이 경기를 뒤집는 집중력을 보였지만 야수들이 조금 더 착실한 플레이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정민철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아쉬워 했다. 포수 신경현은 정민철의 피칭에 대해 “아주 좋았다. 볼끝에도 힘이 있었지만 제구력이 정말 좋았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애간장을 태웠던 정민철이지만 최근 3경기에서는 1승 방어율 1.04 WHIP 1.10 피안타율 2할3푼1리로 확실히 위력을 찾았다. 시즌 방어율도 4점대(4.89)로 떨어뜨렸다. 한화에게는 이날 역전승만큼 고무적인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