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김태완은 다이너마이트로 통용되는 팀 타선에 대해 “다른 선수들이 부진할 때 내가 메울 수 있고 반대로 내가 부진할 때에는 또 다른 선수들이 공백을 잘 메워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좋은 타자들이 많아 든든하다”고 말했다. 최근 김태완은 부진하다. 덕 클락·추승우 등 시즌 중반까지 상승세를 이끌었던 선수들도 동반 타격침체에 빠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위타순에서 대폭발하며 핵심타자들의 부진을 상쇄시키고 있다. 한상훈(28)-신경현(33)-김민재(35)가 한화 제2의 클린업 트리오로 떠오른 것이다. 하위타순의 클락-김태균-이범호로 업그레이드됐다. ▲ 한상훈 최근 김인식 감독은 한상훈에 대해 “아주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처럼 방망이를 휘둘렀으면 수비력이 워낙 좋아 국가대표에 뽑히고도 남을 실력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진작에 잘하지…”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 깊은 타격 부진으로 졸지에 ‘한삼푼’이 된 한상훈은 어느덧 시즌 타율을 2할2푼2리까지 끌어올렸다. 7월 20경기에서 55타수 18안타로 3할2푼7리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타점도 무려 11개. 2루타 6개, 3루타 1개로 장타율도 0.473. 한상훈은 “시즌 초반 잘맞은 타구들이 번번이 야수정면으로 향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요즘은 오히려 마음을 비운 게 잘맞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며 되찾은 웃음을 만면에 드러냈다. ▲ 신경현 ‘군산의 야구천재’라는 잊혀진 명성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시즌 초 잦은 부상과 몸관리 실패로 부진을 면치 못하며 2군까지 다녀왔던 신경현은 이를 악물었다. 신인 포수 이희근의 등장으로 입지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았다. 궁지에 몰리자 ‘천재 본능’이 되살아났다. 2군에 다녀온 이후 41경기에서 타율 3할5푼4리·2홈런·29타점으로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과시했다. 시즌 타율도 어느덧 2할9푼7리이며 타점은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기록을 넘어섰다. 이 기간 동안 결승타도 4개나 된다. 게다가 특유의 커트 신공으로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신경현은 “우리팀에서는 나까지 굳이 잘 치지 않아도 된다. 우리 타자들이 최대한 많은 공을 볼 수 있도록 타석에서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 김민재 김민재는 “4번 타자는 4번 타자답게, 9번 타자는 9번 타자답게 쳐야 한다”고 말했다. 굳이 큰 것을 노리지 않고 정확하게 맞히는 것에 포커스를 두는 타격이 김민재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7월의 김민재는 9번 타자 그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7월 19경기에서 60타수 20안타, 타율 3할3푼3리·2홈런·12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7월에 멀티히트를 기록한 경기도 4차례나 되는데 3안타·4안타 경기도 한 차례씩 있었다. 특히 지난 15일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 최고참으로 발탁된 후 10경기에서 33타수 13안타로 타율 3할9푼4리·7타점이라는 성적을 내며 발탁의 이유를 입증했다. 이범호는 김민재를 바라보며 “요즘은 그냥 맞기만 하면 안타”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야구를 한두 해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좋아진 게 있겠는가”라며 주장에 걸맞은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 플러스 한상훈·신경현·김민재 모두 찬스에 더 강하다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한상훈의 득점권 타율이 무려 3할1푼1리로 타점도 한 시즌 개인 최다기록을 경신했다. 한상훈은 “내가 그렇게 찬스에 강했나”라고 되물었다. 주자가 있든, 그렇지 않든 신경쓰지 않고 그냥 휘둘렀다. 신경현도 득점권 타율이 무려 3할4푼9리로 규정타석을 채웠을 경우 전체 5위에 해당한다. 신경현은 “타석에서 집중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김민재도 득점권 타율이 3할3푼3리나 된다. 김민재는 “득점권에서 더 잘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많다. 결정적으로 세 선수 모두 수비에서 공헌도가 높은 선수들이다. 한상훈-김민재는 수비에서 최고의 키스톤 콤비로 거론되고 있으며 포수 신경현도 2군에 다녀온 후 수비가 몰라보게 안정됐다. 한화 제2의 클린업 트리오가 진정으로 빛나는 가장 큰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