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내야수 이여상(24)은 1년 전에만 하더라도 신고선수였다. 부산공고-동국대를 졸업한 이여상은 그러나 어느 팀으로부터도 지명받지 못했고 지난해 삼성 신고선수로 어렵게 프로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1년 전 이맘때 2군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여상을 주인공으로 처음 보도된 날이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7월26일. 당시 본지 기사제목이 ‘2군 타격왕 이여상, 신고선수 면할 날만…’이었다. 그때 이여상의 목표는 정식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신고선수는 예나 지금이나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는 물론 구단 홈페이지에서도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여상은 주변 사람들이 홈페이지에서 그를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춘천에서 열린 2군 퓨처스 올스타전에 선발된 이여상은 “관중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가슴이 뭉클했다. 1군 선수로 뛸 수 있다면 벤치만 지켜도 좋다”고 말했었다. 지난해 시즌 막판, 삼성에서 이여상은 정식선수로 등록돼 1군 무대를 밟으며 꿈을 이뤘다. 올해 이여상은 지난 4월4일 베테랑 포수 심광호와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내야수가 부족한 한화는 이여상에게 기회의 팀이었다. 이틀 뒤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이여상은 올 시즌 내내 붙박이 1군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정식선수와 1군의 꿈을 키웠던 이여상으로서는 1년만의 신분상승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요즘 이여상은 마음이 불편하다.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갈 때는 더없이 행복했지만, 막상 꿈을 이루니 또 하나의 벽이 찾아왔다. 1군 무대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여상은 올 시즌 68경기에서 112타수 18안타, 타율 1할6푼1리·8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적 초기였던 4월에는 18경기에서 3차례나 멀티히트를 터뜨리는 등 타율 2할2푼2리·3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지만 5월 14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고 6월 17경기에서도 타율 2할1푼1리에 머물렀다. 7월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19경기에서 25타수 2안타, 타율 8푼이다. 지난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4회말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16경기 연속 무안타에서 벗어났다. 이여상은 “유격수가 잡아서 송구하면 아웃될 타구였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래도 무안타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었다”고 안도했다. 이여상은 1년 전 신고선수 시절을 짧게 회상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방망이가 정말로 잘 맞았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방망이가 맞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여상은 “2군 투수들에 비해 1군 투수들은 확실히 좋다. 한 번 막히니 점점 더 꼬였다. 어렵게 잡은 1군 기회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평소 밝은 성격의 이여상이지만 극심한 타격부진에 그만 웃음을 잃고 말았다. 그만큼 지독한 부진이었다. 이제 이여상은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여상은 “1년 전에는 1군에 뛰는 것이 꿈이었는데 막상 꿈을 이루니 또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초심을 찾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여상은 “주위에서 많이 격려해주셔서 힘을 내고 있다. 선배들이나 코치님들이 ‘수비를 잘하고 있으니까 힘내라’고 말씀해주시는 게 힘이 된다”고 밝혔다. 이여상은 “타격이 부진하지만 대신 수비와 주루에서 더욱 더 열심히 하겠다. 마음 비우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여상은 지난 26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초 김태완 대신 대주자로 투입돼 신경현의 동점 적시타 때 2루에서 단숨에 홈으로 내달려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중견수 앞으로 얕게 떨어진 타구였던 데다 상대 중견수가 강견의 이승화라는 점에서 홈에서 승부가 힘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여상은 빠른 발과 오른발을 먼저 내미는 재치 있는 슬라이딩으로 홈에서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돼 동점을 만들었다. 슬라이딩 직후 두 팔을 펴 세이프이자 독수리 세레머니를 펼친 이여상은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팀 동료들에게 환대를 받았다. 초심으로 돌아간 이여상에게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