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이 피곤했는데 이틀 쉬고 나니 컨디션이 너무 좋다". 지난 27일 삼성-두산전이 열리기 전 잠실구장. 타격 훈련이 끝난 삼성 라이온즈 왼손 거포 최형우(25, 외야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8개 구단 최연소 4번 타자 박석민(23, 내야수)과 더불어 전 경기를 소화 중인 최형우는 두산과의 원정 경기가 이틀 연속 우천 연기되는 바람에 재충전을 마쳤다. 그렇다고 마냥 쉰 것은 아니었다. 밤마다 원정 숙소에서 스윙 훈련을 소화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유지했다. 올 시즌 신인왕 후보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최형우의 목표는 타율 2할8푼 20홈런 80타점. 시즌 초반에는 신인왕에 대한 생각이 거의 없었지만 조금씩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애 단 한 번 뿐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각오. 기자에게 "홈런 20개는 무리가 아니겠냐"는 말을 건네던 최형우의 시선은 잠실구장 외야 펜스에 고정돼 있었다. 힘 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러운 최형우는 언제든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1루를 밟은 최형우는 3회 1사 3루서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2-2로 맞선 6회 귀중한 한 방을 터트렸다. 선두 타자 박한이가 두산 두 번째 투수 임태훈과의 대결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출루한 뒤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볼 카운트 0-1에서 146km 짜리 직구를 걷어 우측 담장을 넘는 115m 짜리 투런 아치를 쏘아 올렸다. 시즌 14호 홈런. 홈런을 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쁜 마음을 드러낸 최형우는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짓궂은 하이파이브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날 6회 투런 홈런을 포함,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한 최형우는 시즌 타율 2할7푼2리(283타수 77안타)를 유지했다. 타율 2할8푼-20홈런-80타점을 신인왕 수상 기준으로 내세운 최형우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정진하고 있다. 소리없이 강한 최형우라면 얼마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what@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