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손민한' 조정훈, 롯데 마운드의 신성
OSEN 기자
발행 2008.07.28 07: 59

[OSEN=이상학 객원기자]"어떻게 이 타선을 넘어갈까 생각했는데…". 지난 27일 사직구장. 한화와의 홈경기를 앞둔 롯데 4년차 우완 조정훈(23)은 걱정이 먼저 앞섰다. 전날 경기에서 9회에만 안타 6개로 4득점한 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어떻게 상대할까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뒤덮혔다. 하지만 ‘젊은 손민한’답게 능글능글맞게 마운드에서 한화 타자들을 요리했다. 8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 이날 한화 타선을 맞아 조정훈이 거둔 성적이었다. 경기 전 걱정은 기우였다. 오히려 한화전 2경기에서 1승 방어율 2.40으로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한화 킬러의 등장을 알린 것이다. 조정훈은 “시합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떻게 이 타선을 넘어갈까 생각했다. 하지만 초반에 타선이 점수를 많이 내줘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포수 (강)민호의 리드가 참 좋았다. 경기 전 한화 타자들을 많이 분석하도 또 많은 생각을 가지고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정훈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3km밖에 되지 않았지만 체인지업·투심과 같은 변화구가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다. 삼진 5개 모두 체인지업으로 잡았다. 나머지 아웃카운트 19개 가운데 14개를 땅볼로 처리했다. 조정훈은 “직구 제구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체인지업이나 투심이 잘 잡혔다”고 밝혔다. 무려 8이닝을 소화한 눈부신 피칭이었지만 조정훈은 “한화 타자들이 아무래도 나한테 말린 것 같다. 안 좋은 볼을 잘 건드려줘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하지만 한화 타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올 시즌 1군 7경기에서 2승2패 방어율 3.08을 기록하고 있는 조정훈은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이 무려 7.1이닝이다. 5회 이전 무너진 경우가 한 번도 없다. 조정훈은 “7~8회를 던지는 동안 투구수를 100개 안팎으로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조정훈이 8회까지 던진 공은 단 104개. 과연 젊은 손민한다운 모습이다. 조정훈은 “손민한 선배님처럼 여유있게 던진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젊은 나이에 어울리게 조정훈은 “지금 볼스피드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아쉽다. 데뷔 초에는 볼이 빨랐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직 젊으니까 빠른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조정훈은 올 시즌 직구 최고 구속이 145km 내외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변화구가 좋고 마운드 운용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용마고를 졸업하고 2차 1번으로 롯데에 입단한 조정훈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해 ‘실패한 지명’이라는 성급한 결론까지 들었다. 하지만 겨우내 투구폼을 교정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정훈은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님과 함께 투구폼을 교정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작년보다 올해 제구력과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껴고 있다”며 만족해 했다. 2군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 것도 조정훈에게 득이었다. 조정훈은 “올 시즌 2군에서 많이 던지면서 성장했다”고 되돌아봤다. 외국인투수 마티 매클레리를 퇴출한 롯데는 대체 외국인선수로 타자를 물색하고 있다. 매클레리를 퇴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조정훈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정훈은 “1군에 늦게 합류해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목표를 잡기가 그렇다. 다만 올림픽 이후 몇 차례 선발 기회가 있을텐데 그 때마다 1구, 1구에 최선을 다해 가을잔치 진출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조정훈은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는 것이 뭐니뭐니해도 큰 힘”이라고 말했다. 롯데 마운드의 신성에게는 당연한 대접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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