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선발 전환? 저한테야 좋은 일이죠”
한화 6년차 우완 정통파 안영명(24)은 지난 2년간 한화 불펜의 절대적인 핵심으로 활약했다. 안영명이 없는 한화 불펜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혼자 불펜을 떠받칠 정도로 고생했다. 그 여파였을까. 올 시즌에는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달 중순에는 2년 2개월 만에 2군으로 내려가 눈물밥도 먹었다. 그 이후 돌아온 안영명은 예의 그 모습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지난 22일 대전 두산전에서 4⅓이닝을 탈삼진 6개 포함 노히트노런으로 틀어막았다.
김인식 감독은 안영명을 불펜 대신 선발로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 감독은 “안영명을 선발로 전환시킬 것을 고려 중이다. 불펜보다는 선발이 더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지시에 따라 안영명은 2군에서 한 차례 선발등판을 가졌다. 지난 1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KIA 2군과의 경기에서 5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합격점을 받았고 1군 승격 후 치른 첫 경기였던 두산전에서도 선발 유원상이 1회만 던진 후 강판되자 그 다음부터 실질적인 선발로 올 시즌 가장 긴 이닝과 많은 투구수를 던졌다.
안영명은 선발 전환 가능성에 대해 “나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운을 뗐다. 안영명은 “나는 몸이 조금 늦게 풀리는 체질인 데다 던지면 던질수록 좋아지는 타입이라서 선발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감독님께서 선발로 기용하신다면 좋은 일”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안영명은 “불펜도 매력적이다. 늘 몸을 풀어야 하고 위기 상황에 오르는 어려움이 있지만, 위기를 막아낼 때 짜릿함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윙맨 최영필의 팔꿈치 부상에 따른 2군행으로 올림픽 휴식기 전까지는 불펜을 맡아야 한다. 안영명은 “내가 보직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겠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안영명의 올 시즌 부진은 부상이 가장 큰 이유였다.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정상적인 구위가 아니었고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뭇매를 맞아 자신감도 잃었다. 그러다가 2군에 내려간 것이 안영명에게는 자극이 됐다. 안영명은 “오랜만에 2군에 내려가 정신이 없었다. 2군은 한여름에도 땡볕에서 하다 보니 정말로 덥다. 유니폼을 벗고 있어도 덥다. 그 뒤 1군에 올라왔는데 유니폼을 입고 있어도 더운 줄 몰랐다. 참 시원했다”며 “다시는 2군에 내려가고 싶지 않다. 이제 정신무장이 확실하게 됐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실제로 두산전에서 안영명은 특유의 위력적인 구위를 완벽하게 되찾은 모습이었다. 안영명 본인도 “내 것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구위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다만 무릎 부상 같은 돌발변수가 문제다. ‘허벅지가 너무 단단해서 무릎에 무리가 간 것이 아니냐’는 말에 안영명은 “마운드에서 던지다 삐긋해서 부상을 당했다. 허벅지와는 상관이 없다. 탄탄한 허벅지가 있어야 제 구위를 완벽하게 찾을 수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하긴 두툼한 허벅지가 없으면 그건 안영명이 아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터질 듯한 허벅지는 안영명의 상징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