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6년차 우완 정통파 윤규진(24)에게 올 시즌은 특별한 한해다. 대전신흥초-충남중-대전고를 졸업한 윤규진은 어릴적부터 정민철을 존경했다. 정민철 역시 대전신흥초-충남중-대전고를 졸업한 윤규진의 초중고 그리고 프로선배다. 선배의 길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윤규진이다. 그런 윤규진이 올해부터는 정민철과 원정경기 룸메이트다. 윤규진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등번호 55번은 과거 젊은 날 정민철의 상징이었다. 그 55번을 지금은 윤규진이 달고 있다. 윤규진에게는 이 역시 영광이다. 정민철은 1992년 데뷔 후 2004년까지 등번호 55번을 달았다. 하지만 2004년 그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부진을 보인 후 이듬해부터 23번으로 등번호를 바꿨다. 등번호 교체는 정민철의 투구 스타일 변화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등번호를 윤규진이 바로 물려받았다. 윤규진은 “어릴적부터 등번호로 55번을 달았다. 정민철 선배님을 좋아했고 55번이 좋아보였다. 2년차까지는 50번을 달았는데 2005년부터 선배님이 등번호를 바꾸셔서 내가 그 대신 55번을 달게 됐다. 정민철 선배님이 직접 물려주셨고 다른 선배들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윤규진은 2005년 등번호 55번을 달고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젊은 날 정민철처럼 최고 150km 내외의 묵직한 직구로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43경기에서 67⅓이닝을 던지며 4승4패5세이브9홀드로 한화의 핵심 셋업맨으로 대활약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5경기에서 방어율 1.42로 호투하며 좋은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그해 무리한 여파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1년여간의 재활기간을 보내야 했다. 그 사이 대선배 정민철은 화려하게 부활하며 후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 시즌 풀타임 1군 투수로 복귀한 윤규진은 변함없이 불펜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부진했던 윤규진이지만 올 시즌 활약상은 복귀 전 못지않다. 39경기에서 65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2패1세이브12홀드로 한화 불펜의 핵으로 원대복귀했다. 올해는 특히 포크볼이 효과적으로 먹혀들고 있다. 과거에는 직구와 슬라이더 중심으로 던졌지만 올해는 종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의 비중을 늘린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윤규진은 “올 시즌을 대비해서 스스로 포크볼을 연마했는데 쓸 만하다. 손가락이 조금 길어서 그런지 구종을 그런대로 빨리 습득하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손가락이 길어 구종을 빨리 습득하는 것. 어디서 많이 들어온 이야기다. 바로 정민철이 그런 투수다. 윤규진은 “정민철 선배는 정말로 손가락이 긴 편이시다. 나도 손가락이 조금 긴 편인데 정민철 선배는 나보다도 한 마디가 더 길다”고 말했다. 윤규진은 “평소 선배님께서 많이 챙겨주신다. 룸메이트이지만 불편한 점은 조금도 없다. 항상 재미있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어디를 가든 날 꼭 끼워주신다”며 “부진한 날에는 어깨를 툭 쳐주시며 격려를 하시는데 그게 많은 위로와 도움이 된다. 여러모로 배울 것이 많은 선배”라고 말했다. 윤규진은 등번호 55번을 물려받았지만, 정민철의 후계자라는 말에는 자못 부담스러운 눈치. 하지만 대선배 정민철을 닮고 싶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최대한 정민철 선배를 닮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윤규진의 말이다. 윤규진은 “아픈 곳은 없다. 날이 덥고 체력적으로 지쳤지만, 많이 먹으면서 힘내고 있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윤규진은 “2005년에 밟았던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공을 던지고 싶다. 올해도 우리팀은 포스트시즌에 나갈 것이 확실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윤규진의 마음은 벌써 가을을 향해 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