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만 건강칼럼]뒷물은 예부터 내려온 오랜 전통이었다. 목욕탕이 없던 시절 물 한 바가지만으로 특별한 기술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남녀 모두의 관례적 습관이었다. 뒷물이란 사람의 국부나 항문을 씻어 내는 일이다.
뒷물이란 어휘는 본래 남녀 불문하고 신체 뒤쪽을 닦아 청결하게 하는 물을 의미했지만 어느새 여성의 은신(隱身) 부위를 물로 씻어내어 위생 상태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행위로 국한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은 남성에게 없는 ‘비밀스런 곳’이 있다.
여성에게만 있는 시크릿 존(Secret Zone)은 음모에서 항문에 걸쳐 있는 외음부와 음순, 클리토리스, 질전정, 질을 망라해서 일컫는 말이다. 이곳은 그 중요성이나 빈번하고 긴요한 쓰임새에 비하여 항상 은폐되고 은닉되어 관심이 차단되었던 여체의 최대 사각지역이다.
시크릿 존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리한 곳에 위치한다. 음모와 피지선, 땀샘, 모낭 등이 점액, 소변과 혼합되고 각종 세균, 곰팡이가 득세하고 있는 항문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질의 자연환경은 세균이 증식하기 위한 최적 상태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어 세균 침입의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위생적으로 매우 취약한 곳이기 때문에 평소에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다.
반면에 질 좋은 질(膣)을 유지하려면 ‘약산성’의 습지로 질 내 자연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 질 안쪽 습지는 질 내에 상주하는 유산균의 최적 서식지다. 유산균은 글리코겐을 원료로 하여 유산(乳酸)을 만들어낸다. 유산은 질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이며 유해 미생물의 무단 침입을 차단하는 질 자정기능의 핵심물질이다.
습지 환경이 훼손되면 칸디다(candida), 트리코모나스(trichomonads) 등 야생 곰팡이나 기생충이 질 내로 침입하여 질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이때 냉(冷) 또는 대하(帶下)가 분비되는 것이다. 아무리 건강하고 깨끗하게 관리한 질이라도 질 특유의 냄새가 있고 그것이 위치하는 하수구 밀집 지역의 악취를 피할 수 없다는 고충이 있다.
현재는 정화조 기술의 비약으로 화장실이나 뒷물 환경은 엄청나게 진화, 변천했다. 휴식공간인 침실과 화장실이 나란히 붙어있고 청결 기술의 산물, 비데 사용이 일상화했다. 단추만 누르면 냉·온수 물줄기가 시크릿 존을 깔끔하게 씻어주고 말려 주는 시대. 그러나 이기(利己)의 편의성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한다.
목욕, 수영, 비데 사용 후 당신은 어떻게 질 관리를 하고 있는가? 대다수의 젊은 여성들은 시크릿케어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샤워할 때 비누나 바디클렌져로 Secret Zone을 함께 닦아내기가 일쑤다. 비누나 바디클렌져는 염기성을 띄기 때문에 질 내 산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고, 그에 따라 질염이나 가려움증과 같은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두쉬(douche)’라는 단어는 흔히 뒷물의 뜻으로 쓰이는 프랑스제 영어 단어다. 두쉬가 모든 질 트러블을 해결해주는 절대적 수단은 결코 아니다. 오남용은 오히려 질 생태계를 파손, 세균성 질증(Bacterial vaginosis)이나 골반염을 합병하여 오물과 악취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질의 자연 생태계를 파괴시키지 않는 시크릿 존의 관리, 즉 시크릿 케어의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글 : 비뇨기과 전문의 정정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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